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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Nov 30. 2021

[가끔, 책]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고대의 지혜 / 에픽테토스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가 건네는 질문



말 그대로.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



휘둥그레.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제목 참 잘 지은 책이다. 게다가 '자유'와 함께 '불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니. 불안감을 자주 느끼는 내가 쉬이 지나칠 수 없는 단어들이었다. 작은 책방의 매대에 있던 이 책은 살포시 내 가방 속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예측할 수 없음]



요즘 시대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길이 나있지 않은 야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돌기둥 같았던 주류 시스템들도 빠른 변화에 허덕이고 있으니, 일개 개인도 쉽지 않다. 갈피를 잡기 어렵고, 경쟁은 치열해지는 시대. 마음은 불안함으로 분주하다.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는 고대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철학을 통해 21세기 현대인들에게 '마음 다스리기' 방법을 제시한다. 








에픽테토스는 말한다. 



개인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향한 욕구는 내려놓고

개인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들만 바라는 태도뿐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라고. 



돈, 건강, 바라는 삶의 방향, 사람의 마음은 '나'의 바깥이다. '나'의 의지력 만으로는 얻기 어렵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자로 잰 듯 정확하지 않으며 불의의 사고, 운, 사람과 같은 상황 때문에 계획은 틀어지기 일쑤다. 많은 경우, 살아갈 때에 꼭 필요한 가치들이라 생각하게 되고 매달린다. 끊임없이 갈망하고 계획하며 욕망한다. 



반대로 상황을 바라보는 시야는 '나'의 안이다. '나'의 의지로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가능하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만 집중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내려놓음의 과정이다. 




다시 말해 진짜로 네게 속한 것들에다 명성과 부까지 원한다면, 전자까지 원하는 바람에 후자도 얻지 못할 것이고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인 전자는 당연히 얻지 못할 것이다.




과정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보라는 한 마디.








많은 문장들 위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갸우뚱하기도 했다. 



내게는 '떠남의 두려움'이 '내 밖 욕구' 중 가장 컸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후유증이기도 하다. '나'의 정체성을 타인에게 양도해버렸었다. 누군가 떠나면 나라는 사람에 대한 부정으로 느껴졌다. 모든 감정의 촉이 '저 사람도 나를 떠날지'를 찾게 되고 상상한 걱정이 사실인 것 마냥 불안해한다. 아픈 경험들로 복잡하게 묶인 아킬레스건이다. 욕구의 주체는 '내 밖'이니, 끊임없이 마음이 분주했다. 



지금은 많이 벗어났다. 하지만 바쁘거나 힘들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취약한 감정이다. 그런데 어쩔 수 있나. 이런 마음이 생긴 이유는 충분했다. 이유를 잘 알고 있으니 잘 보살펴줘야지. 인간의 개인적인 욕구에는 다 이유가 있다. 각자의 삶의 맥락에서 충분히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는 마음들이다. 그래서 내려놓음 이전에 그 마음을 왜 느꼈는지 진심으로 알아주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다. '욕구를 비워봐!'라고 경쾌하게 주장하는 책이 조금 얄밉게 느껴지기도 한 부분이다.



내려놓음 자체에 대한 조급함 또한 생길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기 원할 수 있다. 다 괜찮은 마음들이다. '난 왜 내려놓지 못할까'  탓하지 말고 '나는 이 부분을 내려놓기가 힘들구나. 왜 그럴까?'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내려놓음은 나를 위함이니.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려놓음 또한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내려놓음을 통해 사랑받으려고 하는 마음은 자칫하다 스스로를 옭아맬 수 있다. '앎'만으로도 삶의 방향은 바뀌는 것이니, 찬찬히 과정을 바라봐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 항상 애쓰면서 너무 다 내려놓지만은 않으려고 한다. 불완전한 사람이니까.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고. 아직은 아프거나 시간이 필요한 부분도 있으니. 갖고 싶다면 내려놓기보다 가지려고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항상 성공할 필요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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