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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텍스트 Jul 03. 2022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을 통한 사색

*부조리: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


오늘은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명한 고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용은 태양이 작렬하는 해변에서 뫼르소라는 인물이 살인을 저질렀고, 살인죄로 법정에서 선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게 되는 이야기다.  


[책: 이방인 / 저자: 알베르 카뮈 / 번역: 김예령 / 출판사: 열린책들]-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이미지


책을 처음 완독 했을 땐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뫼르소라는 인물의 이질적인 행동에 불편한 마음뿐이었고, 판사의 살인 동기를 묻는 질문에 그가 내놓은 모호한 대답은 내가 찾아야 할 수수께끼 같았다. 어정쩡한 기분을 들게 하는 책. 누구에게 검사를 맡는 것도 아니고 '읽었다'라는 것에 나 자신과 적당히 타협을 보고 다시 들춰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뫼르소가 취한 한 행동이 나의 오래전 기억을 소환해 내는 바람에 나는 재독 삼독을 하고서라도 이 책의 어정쩡함을 넘어 제대로 소화하고 싶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비가 억수같이 오던 어느 가을날, 암으로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5년간의 투병생활을 이겨내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학교에 있던 나는, 집으로 가보라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엄마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는 내내 정말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라면 임종만은 지켜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오빠는 입을 굳게 다문채 어머니 곁을 지키며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고, 어머니는 잠들어 계신 듯했다. '오빠 엄마 괜찮은 거지? 잠들어 계신 거지?'라고 물었을 때 오빠는 눈물만을 흘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엄마가 덮고 있는 이불 위로 엄마를 흔들며 말했다. '엄마 일어나 봐, 잠든 거잖아. 엄마 일어나 봐' 그러다 엄마의 손목을 잡았을 때. 이 세상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차가움이 손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느끼며 엄마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 저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발인하는 날 나는 울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어금니를 깨물었다. 어머니의 관이 땅으로 내려졌고, 흙을 담은 첫 삽이 어머니의 관 위에 뿌려졌다.  4일장을 치르는 내내 엄마의 영정사진만 봐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고, 엄마가 그리워 어른들 몰래 엄마의 채취가 배인 비개를 끌어안고는 내방 구석진 곳에서 입에 수건을 틀어막고 울기도 했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엔 의젓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임종을 지켰던 오빠에게서 들었던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은 "내가 아파서 너네들 컸을 때 따뜻한 밥 한 끼 만들어 먹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라고.." 마지막까지 어머니는 자식 걱정을 하시며 세상을 떠나셨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 까지 목놓아 울어버리면 어머니가 발걸음이 안 떨어지실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속으로 되네였다. '엄마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이젠 아프지 않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그런데 갑자기 조문객 중 묘지까지 함께 참여하셨던 한 분이 내 등을 계속 떠밀며 다그치듯 얘기했다. "엄마 가시는 마지막 길인데 넌 왜 울지 않니?, 너 그렇게 울지 않고 어머니 보내면 너네 어머니 섭섭해하신다 울어라", "애가 독하네, 철이 없어서 그런가?"라는 말을 쏟아내며 이상한 듯 쳐다보며 나를 계속 흔들며 다그쳤다.  남의 속도 모르면서 왜 저렇게 말을 함부로 하시는 거지?라는 억울한 마음과 겨우 참고 있었던 감정이 뒤엉켜 봇물 터지듯 통곡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 아주머니는 그제야 "아이고 참고 있었던 거구나 내가 몰랐네. 미안하다 미안해"라는 말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중학생 아이의 언어로는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그 감정에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이방인'을 통해 그 당시 "억울함"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그 감정에 대해 다시 정의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당사자의 상태와 생각보다, 지켜보는 이가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 없음에 대하여, 사회적 통념상 다들 그렇게 하니까 너도 그래야 한다는 강요에 대해서,  틀린 게 아니라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는 것을.




그것과 별개로 뫼르소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면,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죄가 아니라 살인이 발생하기까지의 그의 단편적인 사고와 무심함이 점철된 조건반사적 행동에 죄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감옥 안에서 보인 삶에 대한 애착을 부조리한 세상임에도 조금만 더 일찍 삶에서 녹여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지금 죽든 20년 후에 죽든, 어쨌든 죽는 것은 항상 나였다. 다만 추론을 하면서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약간 곤란했던 것은, 앞으로 살 수 있을 20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어마어마한 흥분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155p. 이방인


만약 내가 사면된다면? 곤란한 점은,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미칠 듯한 기쁨으로 눈을 가격하는 피와 몸의 충동을 굳이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함성을 억누르고 그것을 사리에 맞게 다독이고자 애써야 했다.  155-156p. 이방인


재미있어?라고 묻는다면.. 재미로 읽을 책은 아닌 듯싶다.  앞서 말했듯, 어쩌면 뫼르소의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에 기분이 언짢아지는 경험만으로 끝날 수도 있다. 실제 이 책을 주제로 한 독서모임에서 참여자 중 1인은 뫼르소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분개해하며 사이코패스라고 결론짓는 것을 들은 적이 있으니까. 책에 대한 이해는 각자 다르고 정답이 정해진 것도 아니기에, 그저 내가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책 이야기를 했다. 어느 정도 시간 뒤 나는 다시 '이방인'을 펼칠 것이다. 그땐 또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을지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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