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상에 Jul 23. 2024

매미가 운다

매미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여섯 살 아들의 수렵 채취도 함께 시작되었다.


다섯 살에 매미라는 존재를 알게 된 아들은 작년만 해도 매미의 허물이 매미라 생각했다. 나무에 붙은 갈색 매미 허물을 집으로 가져오더니, 자기가 키워 보겠다며 채집통 안에 온갖 나뭇잎을 넣어줬더랬다.

자연의 살아있는 생명체와 별로 친하지 않은 나는, 채집통 안에 매미 허물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왠지 모를 거부감이 느껴졌다.

"우리 매미를 친구들에게 보내주자"

다섯 살 아들을 설득하여 채집통 안의 매미 허물을 비로소 자연으로 다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한 해가 지나 여섯 살이 된 아들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마자 매미채와 채집통을 들고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매미채로 매미를 잡는 것에 더해, 이제는 손으로 직접 매미를 잡아 보겠단다. 형아가 되었으니 매미 정도는 손으로 잡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리고 여섯 살 아들은 기어이 해 내고 말았다.

등원 길에도 손으로 매미를, 하원길에도 손으로 매미를 잡았다.

그런 아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엄마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아들은 손에 매미를 잡고 엄마한테 '에비!'하고 놀린다. 내가 더 놀라 도망가면 그 모습이 재미있어 아들은 더 신나게 매미를 손으로 잡는다.



채집 생활에 자신감이 붙은 아들은 집 근처 수변 공원 수풀을 더욱 적극적으로 헤매고 다녔다.

원시시절 사냥을 떠나는 남자들의 모습이 그러했을까?

아들은 비장하게 동네 형아를 따라 수풀을 헤치며 각종 곤충을 채집했다.

방아깨비, 여치, 메뚜기 그리고 사마귀까지... 참 오랜만에 보는 곤충들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보던 곤충이긴 하지만, 내가 우리 아들처럼 저렇게 적극적으로 채집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참 풀밭을 헤매더니 채집통 안에 초록초록한 곤충들로 가득 찼다.


"겸아. 우리 이 친구들 이제 집으로 보내주자"

"싫어! 우리 집까지 데리고 갈 거야"

매미만 잡다 초록 곤충들을 잡아서 인지 아들의 의지가 완강하다.


채집통을 들고 한참을 더 놀다가 어둑어둑 해져서야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왔다.

집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부탁한다.


"겸아. 이 친구들은 집에 데리고 갈 수 없어. 우리 여기 풀밭에 놓아주자"

"그래 좋아"


함께한 시간이 길어서였는지 흔쾌히 채집통 뚜껑을 연다.

아파트 단지의 풀은 수변공원의 풀숲만큼 무성하지 않았다. 막상 들판 곤충들을 인위적인 아파트 단지 공터에 풀어주려고 보니 마음이 안쓰러웠다.


"겸아. 우리 다음에는 친구들이 살던 곳에 풀어주자. 이 친구들은 살던 집에서 멀어지고, 가족들과도 떨어져야 하잖아."

감성에 젖은 엄마의 말에 아들의 대답은 명쾌하다.


"엄마. 엄마는 나쁘게만 생각하는구나? (아마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나는 친구들이 새로운 장소로 모험을 떠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차차.. 세상에 찌든 나는 새로운 세상의 험난함을 먼저 떠올렸고, 새로운 게 늘 신기한 아들은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기대를 먼저 하는구나!


아들아. 너에게 펼쳐질 미래를 힘껏 응원할게.

두려움이나 힘겨움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도전의 즐거움을 먼저 떠올리마.


적어도 매년 여름, 매미가 울 때면 나의 각오를 되새김질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