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이 어쩌면 기적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아본 네가 날 바라보고, 내 최애의 최애가 내가 되다니. 이건 "운명의 장난이야!"
2. J가 D를 처음 만났을 때.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D 뒤에서만 빛이 나왔다. 그 신비로운 광에 홀린 걸까? J는 곧바로 얕은 사랑에 빠져버렸다. 동시에 극도로 민감한 레이더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D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심증을 잡기 위해.
J는 D의 마음 역시 시작됐다는 걸 금방 알게 됐다. 그때까지 J는 예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D의 더 얕았던 감정이 메말랐다. 어느샌가 깊이 들어가버린 J는 눈치채지 못했고 구덩이를 자꾸 파는 사이 D가 보이지 않게 됐다. J가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엔 시간이 꽤 걸렸다.
후에 J는 알게 됐다. J와 D의 간질거렸던 시간들은 '기적'이 아니었음을. 우연을 운명으로, 필연으로 만들려던 J의 그리고 D의 노력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첫날 D가 빛나 보였던 건 하늘의 계시 같은 게 아니었다. 단지 사랑을 하고 싶었던 J가 눈을 희번덕거렸기 때문이라.
이게 바로 찐光기?
3. 사랑은 언제 이루어질까. 를 주제로 심리학에서는 온갖 실험을 해왔다. (심리학에 관심 없다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는데,나는 이를 사랑에 무관심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되는 전제로 진행된 실험들도 제각기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성격이 닮은 사람, 정반대인 사람. 가까이 사는 사람, 멀리 사는 사람. 어떤 조건의 사람에게도 끌릴 수 있다. 그럼에도?
보편적인 사랑의 조건은 '비슷함'이다. 나와 외모, 성격, 취미, 관심사, 가치관, 정치 성향, 거주 지역 등이 비슷할수록 상대와 잘 될 가능성이 커진다.
닮음은 최고의 매력이다. 두 사람의 만남을 기적인 것 마냥 꾸며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 둘 다 아버지 직업이 군인
- 둘 다 오후 4시에 태어남
- 둘 다 포도를 먹고 체한 적 있음
- 둘 다 물병자리
- 둘 다 오른손에 점이 있음
- 둘 다 대학교 2017년 여름에 프랑스 파리에 가봄. (그럼 우리 만났을 수도 있겠다!)
전부 내 얘기 아님. 오해 금지ㅋㅋ
야-호!
4. 호감을 느끼는 상대와의 만남은 본디 신비롭다. 널 보는 날 보는 널 보는 나 아니던가. 들뜨는 감정은 신비감을 증폭한다. 그래서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미라클'을 느낀다.
필자가 골백번은 부르고 듣는 노래 가사를 가져와보겠다.
신비로운 너의 모습 / 나에게는 사랑인걸 / 조금씩 다가오는 널 느낄수록 / 신비로운 너의 모습 / 나에게는 사랑인걸 / 조금씩 멈춰지는 시간 속에 너
[신비로운 너의 모습 / 나에게는 사랑인걸] 사랑을 느꼈기 때문에 너의 모습이 신비롭다. 즉, 너는 그냥 너인데 나에게는 신비로워 보이고 그 이유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어 중요한 게 나온다.
[조금씩 다가오는 널 느낄수록 / 신비로운 너의 모습 / 나에게는 사랑인걸 / 조금씩 멈춰지는 시간 속에 너] 네가 조금씩 다가온다. 그럴수록 신비롭고, 난 그런 너를 사랑이라 정의해. 너를 보는 시간은 느리게 간다.
5. 몇 주 전 읽었던 책에선 온갖 사랑심리학을 통계 내려본 결과가 나와 있었다. 사람은 자신에게 호감과 관심을 표하는 사람에게 끌린다는 것. 나쁜남자가 끌리는 101가지 이유 같은 걸로 반박하지 말아 주라 제발.호감은 눈덩이를 굴리듯 서로 한 번씩 손을 더할수록 와락 커져버린단다.
다시 가사를 보자.
1) 너의 모습이 신비롭게 보였다.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신비감에 호기심이 간다.
2) 나에게는 사랑이다. 접수.
3) 너도 나의 관심을 느껴서일까? 내게 조금씩 다가온다.
4-1) 너와 접점이 생길수록 신비롭고, 기적을 느끼며 사랑을 굳혀간다.
4-2) 네가 내게 다가오기 때문에 사랑이 커진다.
5) 시간이 멈추는 듯 느리게 간다. 응,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6. 더해서. '나의 그 사람'과 공통점은 어떻게 찾아지나? 말만 꺼냈다 하면 네가 나고 내가 너인건 아니다.
우선 다가가야 하고, 그러면 서로 호감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대화가 이어지면 끊이지 않도록 Ping-pong이 되는 주제를 골라야 한다. 그 후 미친 듯이 공통점을 찾아가는 거다. 마치 기적인 것처럼, 운명인 것처럼.
이 과정에서 실패한다면 안 될 사이인 거고, 실패를 받아들인다면 딱 거기까지의 마음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