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겨울 Jan 19. 2022

안물안궁

어떻게 시작할까



  나에게 브런치라는 곳은 쉽지 않은 곳이다. 누군가는 한 번에 됐다고 하지만 나는 두 번의 거절을 겪고 들어왔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 계획 세우기에 공을 들였다. ‘저는 불안장애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고요, 저는 9살 많은 남편과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맞벌이 주부이고요, 외모는 저와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딸이 하나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잘 살고 계신 불안장애 여러분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오오…’ 애써 합격을 하고 보니 막막했다. 할 말은 정말 많은데 너무 잘하고 싶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그런 특징이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흥분하고 설렘을 느끼면서도 다 잘하고 싶어서 막상 잘하지 못하는 특징. 여기서 스스로 웃긴 점은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에 글을 못쓰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안물안궁.

안 물어봤는데? 안 궁금한데? 너무 팩트라서 뼈가 아파 외면하고 싶었지만 사실이 그랬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싶어서 다른 사람들을 살펴봤다. 그들의 글을 읽다가 깨닫게 된 게 있다. 자신의 시계는 자신의 중심으로 돌아가고 나는 내 시계에 맞게 써 내려가면 된다는 것. 처음 계획했던 대로 ‘불안장애’를 가지고 살았던 6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떤지 소소하게 써내려 가보자.


 2017년부터 6년 동안 불안장애를 없앨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봤다. 사실 불안장애라는 명칭은 병명일 뿐이고(변명 아니고)  ‘총체적 난국이었다’고 정의하는 게 맞겠다. 그때의 나는 정말로 엉망진창,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었다. 혼자도 아닌 가정이 있는 나에게 총체적 난국은 스스로 해결할 수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문제라서 병원을 찾아갔다. 처음엔 가까운 동네 정신의학과를 찾았다가 선생님의 판단 아래 서울의 큰 대학병원 전문의를 만났다. 결과적으로는 그곳은 나에게 맞지 않았고 다시 처음의 선생님으로 돌아오게 됐다. 부작용은 대단했다. 당 중독을 불러일으켰고 불어난 체중은 다시 커다란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그다음으로는 갑자기 립스틱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말했던 ‘하늘 아래 똑같은 핑크는 없다’는 말을 현실화하고자 했는지 유통기한이 존재하는 화장품을 소비 불가능할 정도로 모았다. 이럼에도 지금의 내가 행복한 것은 ‘운동’ 덕분이다.


  움직일 힘도 없는데 무슨 운동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고 싶다. 에너지가 또 다른 에너지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 힘이 생기는 게 아니고 특별한 일이 없어서 힘이 없는 게 아니다. 움직이면 특별한 일이 생기고 에너지도 생긴다. 불안장애로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해도 우리는 여전히 아플지도 모른다. 그 아픔을 운동하는 고통으로 전환할 수만 있다면, 그 쾌감을 느껴본다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오늘도 느낌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 앞에 글에서도 쓴 적 있지만 신발 신기가 제일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아직 나가기가 어렵다면 집 안에서 실내 자전거 바퀴라도 돌려보자!

작가의 이전글 엄마는 답정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