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암투병 중인 남편.
2번의 수술과 아직도 진행되는 항암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만 생기면 당연히 신랑을 먼저 찾는 큰시누이.
자신은 병원까지는 모셔다 드리겠지만 병원 예약하고, 진료 중에 대기하고 수납하고, 다시 부모님 집에 모셔다 드리는 것은 우리 일이 되어 버린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이 모든게 사전 상의나 우리의 상황을 먼저 살펴보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상명하달식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노인들 머리 어지럽고 못 일어서겠다고 하면 뇌출혈, 뇌졸중 의심해봐야 되는 거 몰라. 그러다 쓰러지면 중풍 와!! 뭘 알지도 모르면서 영양제 수액만 맞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아? 아빠 모시고 00병원 가니까 병원 예약해 놔. 그리고 0시까지 병원으로 와!"
- "네?, 00아빠(남편)가 병원에는 왜 가요?"
"엄마 모시고 가야지. 엄마 집에 혼자 못 있으니까 모시고 있어야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때는 큰시누이는 누구와도 대화가 되지 않는다.
이를 아는 남편은 다시 매형에게 전화한다. 아버지 지난 번 우리 집에 계실 때 뇌 mri부터 심장, 혈액 검사 다 받으셨다고. 불과 한 달도 안 된다고. 그러니 다 늦은 이 시간에 응급실 가서 검사해도 아무것도 안 나올 거라고. ( 이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매형은 서둘러 끊어버렸다. 곧 연락주겠다며!)
시댁에 도착해서 출발 전에 전화를 주겠다는 매형은 한참이 지나도 남편에게 전화도 없고, 내 카톡에는 다시 한 번 '0시까지 병원으로 와'라는 형님의 메시지 한 줄이 뜬다.
남편이 전화하니 이미 어머니까지 모시고 한참 전에 출발한 후다. 신랑은 2일 후면 항암을 하러 서울로 가야 하고, 나는 아이 셋을 키우는 직장맘이지만 시누이는 이런 우리 사정 따윈 중요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다. 우리에게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너희들 사정이 어떻든 나는 너희를 대신해서 어머니, 아버지를 병원까지 모셔다 줌으로써 나의 의무를 다 했으니 그 뒷일은 너희 책임'인 것이다.
남편에게 00 병원으로 오라는 형님 말을 전하자, 뜻밖에도 신랑은 단호하게 말한다.
" 안 가"
- " 그럼 형님한테 못 간다고 카톡으로 답해 줄까?"
" 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 마!!"
병원으로 오라고 한 시간이 지나자, 예상대로 내 전화벨이 울린다. 큰 시누이다.
안 가겠다고 말하니 꽤 당황하는 눈치다.
그러면서 끝까지 그럼 엄마는 어떻게 하냐고 내게 물어본다.
원하면 우리 집에 모셔다 드리겠다! 라며.
(큰 시누이 집도 우리와 같은 청주다.)
남편과 얘기해보라며 전화를 바꿔 주려니 오히려 상의한 후에 전화하라며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우지끈~~!!'
그동안 참고 버텨왔던 가느다란 나의 인내심이 드디어 끊어졌다.
'니 마음대로 해라. 나는 앞으로 너한테 전화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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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머리가 어지럽고, 앉았다 일어서면 핑 돌고, 누워만 있는 중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최근에 농사일로 바빴을 아버님이 너무 무리를 했거나, 어머님이 주간보호센터 다니시는 동안 밥을 제대로 못 챙겨 먹는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이미 아버님은 스트레스로 인한 섬망 증상으로 우리 집에서 2주 가까이 지내시면서 각종 필요한 뇌검사, 혈액 및 심장 검사를 마치고 가까운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아아 많이 호전된 상태였다. 때문에 뇌혈관같은 다른 질병은 아닐 확률이 높았다.(의사는 오히려 연세보다 혈관이 좋다고 하셨다.)
남편은 바로 응급실로 가기 보다는 일단 가까이 사는 사촌 도련님께 부탁하고, 경과를 지켜보다 진료가 필요하면 다음 날 예약을 잡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 후 이 같은 내용을 시누이들에게 문자로 보내라고 했다. 어차피 큰 시누이는 추석 전부터 내 전화도 안 받고 카톡도 대답하지 않아서 큰 매형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상황이 위급한 것 같으니 빨리 움직여서 응급실에서라도 검사를 다시 한 번 받자고 우리를 설득하는 것도 아니고, 남동생은 아프니까 신경쓰지 말라며 자기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병원 모시고 간다는 것도 아니다.
아버님, 어머님이 우리 집에 와 있는 보름 동안 남편이나 나한테 전화 한 번 해서 고생한다, 아버님 상태가 어떠냐 물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아버님이 어떤 검사를 받고 상태가 어떤지를 모르지.
자기 딸 결혼식 전날, 어머님 결혼식에 입을 옷 가져다 주려, 그 전에 아버님 양복 가져다 주려 잠깐 들른게 전부다. 그나마 결혼식 전날에는 먹을 것도 챙겨오고, 먼저 연락하고 들려서 우리와의 관계회복을 하고 싶어서 온 줄 알았다. 그러나 결혼식이 끝나고 인사치레 전화 한 통도 없고( 친정 엄마랑 내 여동생도 큰 시누이의 딸결혼식에 갔었다.)아무 연락 없다가 처음 나한테 전화한 한 마디가 시아버지 아픈데도 병원도 안 데려간 나쁜 며느리 취급이다.
난 아버님이 혹시나 손녀딸 결혼식에도 못 갈까봐 매형한테 연락해주고, 양복 입은 모습도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보냈더니 시누이도 아닌 매형은 나에게 전화해서 아버님 양복 소매와 바지 길이를 줄여달란다!! 나도 똑같이 양복 수선비도 영수증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첨부했어야 했는데 지금에 와서야 너무나 후회스럽다.
남편은 15년 전부터 수술하고 항암하는 지금까지 어머님 모시고 병원을 3군데를 다니는데, 큰 시누이는 거기에다 아버님도 팔이 아픈 것 같으니 어머님 병원갈때 아버님도 같이 예약을 하란다. 거기다 시골에 cctv를 설치하란다. 그것도 남동생한테 직접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나를 시켜서 남동생한테 말하라는 것이다.
남편이 아픈 와중에 오랫만에 시간 내서 가족들과 캠핑을 가는 중에 어머님이 너무 기력이 없고 아프시니 어머님을 당분간 우리 집에 모실 수 있냐고 전화하는 사람이 우리 큰 시누이다. 나르시시스트인 것이다.
결국 아버님은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으셨고 그 후에도 계속된 증상으로 이석증을 의심, 이비인후과 진료를 권유했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신 아버님은 약을 복용하며 많이 호전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