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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성 Dec 07. 2024

나르시시스트 큰 시누이(4)

 나르시시스트는 절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을 완전무결한 사람으로 이상화시켜 본인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때문에 자신 안의 결점이나 단점 등은 다른 사람에게 투사시켜 자신의 내적 결함을 가려 버린다.

 자신의 결점, 단점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실수나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자아성찰 능력이 턱없이 부족해서 잘못에 대한 반성은 커녕 자신의 잘못을 비난하는 상대방을  오히려 역공격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간질시킨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세상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지 않다. 힘과 권력이 있는 강자와 그렇지 않은 약자로 이분화된다. 나르시시스트는 힘과 권력을 추구해서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려고 한다. 따라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등한 의사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전달, 주장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나르시시스트에게 대화는 서로 타협하고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말이 옳기 때문에 상대방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일방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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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무 울분이 쌓였다며 상담을 한 번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친구가 제안했다.

 요즘은 지역 보건소에서 지역구 주민들을 위한 무료 상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전화를 해서 상담 예약을 잡았다. 

 잠 못 이루는 밤도 길어지고, 일하다가도 가만히 있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큰시누이와 관계들 장면들 때문에 어떤 때는 시누이의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상상을 하는 등  분노와 복수심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러 가는 날, 과연 상담이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도 반반이었다. 나는 이미 상황 파악을  했고, 내 마음상태도 잘 알고 있는데 상담을 받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하지만 누구한테라도 털어놓고 이야기하고 싶었고, 아무래도 관련 경험이 많은 전문가는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말해줄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상담사는 그동안 너무 애썼다며 이제는 다 내려놓고 남편과 가족들만 신경쓰며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더불어 남편이 그동안 큰 시누이에게 가스라이팅 당한게 맞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남편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고 했다. 남편의 과도한 책임감과 죄책감을 이용해 시부모들을 우리한테 떠맡긴게 맞으며, 더 이상 큰시누이와 연락도 하지 말고 전화가 와도 받지 말라고 하셨다. 부득이하게 만나더라도 사적인 이야기는 전혀 하지 말고 비즈니스로만 대하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복수심은 내려놓고 그냥 내 일상을 열심히 살라고. 그러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큰 시누이는 가게를 열어야 한다는 핑계로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병 한 번 해본적이 없고, 어머님이 식사를 잘 못 챙겨 드실만큼 기력이 없을 때 이틀 이상 어머님을 본인 집에 모셔본 적이 없다. 가게 문을 닫은 저녁 때야 모시고 와서 겨우 하루 밤만 주무시게 하고 이튿날 아침 다시 모셔다 드린 2번 정도가 전부이다.

 항암 중에 아픈 남편이 병원 간병을 하고, 아이 셋에 직장 다니는 내가 간병을 했고, 막내 시누이가 간병을 했다. 방학 때나 어머님 건강 상태가 안 좋을 때마다 우리집에서 일주일 이상을 모셨고, 아버님이 아프실 때는 아이들 방을 내주고 아이들은 거실에서 잠재우며 2주동안 우리 집에서 모시고 있었다. 우리가 여건이 안 될 때는 막내 시누이가 모셨다.


  그러면서 큰 시누이는 어머님이 아플 때는 빨리 청주 병원으로 모시고 가라, 우리집에 모시고 있으라, 막내 시누이한테 전화해서 모시고 있으라고 해라, 앞으로 도련님은 아버님 어머님 생신때도 부르지 마라, 시댁에 cctv를 설치해라 등 형제들끼리 이간질 시키는 것은 물론 자신은 동생들 손을 빌려 효도를 하려고 한다.

 어머님, 아버님 한테는 자신이 얼마나 애를 쓰는지 말하고 자신만 믿으라고 하고 어쩌다가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동생들은 불효자로 매도하곤 했다. 어머님, 아버님을 끔찍이 생각하는 자신은 도덕적으로 매우 훌륭하고 우월하며 효녀인데, 그런 자신의 말을 안 듣는 동생들은 매우 부도덕하고 싸가지 없는 못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차라리 우리한테 다 맡기고, 잘하든 못하든 참견을 하지 않으면 되는데 자기 맘에 들지 않거나 자신의 의견을 먼저 구하지 않으면 응급실 사태처럼 화부터 내고, 자기 마음대로 일을 벌인다.(의견을 구할 수도 없게 내 전화를 안받은 것을 모른단 말인가!!)

 그러면 그 뒷수습은 모두 우리 몫이 된다. 이런 식으로 밤중에 어머님, 아버님을 갑자기 모시고 오면서 아침에 병원에 모시고 가라고 하거나 다짜고짜 밤중에 병원으로 오라고 하는게 벌써 두번째다.


 위기의 순간 본인이 앞장서서 진두지휘하며 시부모님들의 구원자 역할은 물론 집안의 대장 노릇을 자처한다. 시부모님 입장에서는 믿음직하고 든든한 맏딸이자 효녀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하거나 나서야 할 때는 가게 문을 닫을 수 없다며 전부 동생들에게 떠넘기는 얄팍한 속셈의 이기적인 나르시시스트이다. 


 본인이 병원에 모시고 가면 보호자로 접수부터 수납까지 자기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을 꼭 우리를 시킨다. 상황이 안되면 모시고 오지 말아야지 우리와 상의 한 마디 없이 모시고 와서는 공 패스하듯이 우리에게 떠넘긴다.

 

 우리가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면 자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자신이 책임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기는 싫고, 우리가 자기 통제를 벗어나서 마음대로 하는 것도 싫은 것이다. 


  상담을 받으며, 나 역시 그동안 나 자신을 가스라이팅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생계 때문에 바쁜 큰시누이, 멀리 떨어져 있는 막내시누이, 직장생활로 시간 내기 어려운 도련님을 대신해서 아버님, 어머님 병원을 모시고 다니는 것은 비교적 시간을 내기 쉬운 남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많은 항암 주사로 이제 병원에만 들어서도 구역질이 나고 병원 냄새도 맡기 싫다는 남편이 "이제 나도 좀 살자. 내가 죽겠어!" 하는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나도 더 이상 착한 며느리, 말 잘듣는 착한 올케에서 벗어나야 겠구나! 시댁에서 인정받는 것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내 남편이 더 중요하다. 이제는 죄책감 없이 시댁 일을 내려놓고, 큰 시누이와도 거리를 둬야 겠다.

 더 이상 밤 늦은 시간에 큰 시누이를 기다리며 저녁  밥상을 차리고 이튿날 아침 또 다시 어머님, 아버님 생일상을 차리는 과한 배려 따위는 하지 않겠다.

 더 이상 내 전화를 안 받는 큰 시누이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 하지 않겠다.

 더 이상 배려하느냐고 하고 싶은 말을 목구멍까지 참고 뒤돌아서 후회하는 짓 따위 하지 않겠다.

 그리고 더 이상 내가 먼저 큰 시누이한테 전화 하지도 않고, 전화가 와도 받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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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진심으로 대했는데 큰 시누이는 그저 비즈니스로만 우리를 대했던 거라고. 그래서 내가 상처받고 분노하고 복수심이 드는 거라는 상담사의 말에 순간 눈물이 났다. 배려라는 것도 그 배려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고마워하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지 이를 당연시하고, 조종하고 착취하는 사람에게는 하지 않아야 한다.

 상담을 통해 대화와 화해로 큰시누이와 관계가 나아지기는 커녕 우리를 향한 착취와 조종만 깊어질 것이라는 점과 그 무엇보다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는 이 관계를 끊어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 시누이가 내 전화를 안 받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닌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이자 나를 굴복시키려는 행동이라는 것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큰 시누이에게 가장 큰 복수는 관계를 끊고, 무관심해지는 것이라는 것도.


  상담을 마치고 정확히 이틀 후에 큰 시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물론 나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받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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