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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SS Sep 26. 2016

詩 가을의 구경꾼

사는게 뭐라고 160926




화단에 심어진 이름 모를 꽃줄기의 그림자를

밟을 뻔했어

깜짝 놀랐지 하마터면-

분명히 거대한 나무였는데 고작 흔한 상추였지 뭐야

그림자가 너무 길어서 내가 건널 길을 가로막았다

밟기에는 미안하고 돌아가기에는 곤란했어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여기저기서 축제를 준비하는 듯

길지 않을 이 가을을 그들도 아는지 모르는지

참으로 충실하다, 고

생각하고 무거워진 몸을

잠시 그 자리에 세워두고

나는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드문드문 바닥에는 그것들의 빈 공간이 생겼고

나는 그걸 밟고 간신히 지나갔다

짓궂은 녀석들은 나를 무시한다

그들의 축제에 나는

영원히

구경꾼일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黑愛, 가을의 구경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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