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종양 제거 수술 후 2주가 지난 7월 5일 어제 실밥을 뺐다. 암에 걸린 줄 알았다가 일반 신경초종이라는 결과가 저번 주에 나왔고 남편은 약간(?) 죽다 살아난 기분을 느낀 듯 행동한다. 처음 종양 샘플로 조직검사를 했을 때 육종이라는 진단을 받고 제거 후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거의 3주간 만 가지 감정을 경험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나한테 실보다 득이 되는게 훨씬 많으니깐 오래오래 그 마음이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다.
남편은 어제 실밥을 빼고 오늘은 머리카락을 자를 미용실을 간다. 실밥을 빼고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조금 새로운 느낌을 느끼고 싶단다. 약간, 실연당한 여자들이 미용실 가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과 비슷한 마음일까? 싶다. 난 오빠의 그런 의식과는 별개로 미용실 근처의 먹을걸 파는 가게를 검색한다. '평소에 사달라고 하면 절대 사주지 않을 것 같은 것을 파는 곳'이라는 대단한 조건으로 검색을 하다 건어물 가게를 발견했다. '비리고 짠걸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남편은 한치, 오징어도 물에 담궈 짠기를 빼고 구워 먹고 쥐포는 입에 대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런 남편이 집안일의 8할을 담당하고 있으니 건어물을 사주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건어물 가게 후기를 찾아보니 칭찬일색이기에 '그래 여기지.'속엣말을 하고 미용실까지 걸어가는 길에 운을 뗐다.
나 : "나 가고 싶은데 있는데..."
남편 : "어디?"
나 : "왕** 건어물이라고... 엄청 맛있다던데... 사서 맥주에 먹고 싶어"
남편 : "........."
나 :"왜 안돼?"
남편 : "아니, 먹고 싶은 건 드셔야지요. 미용실 갔다가 가자."
거절할 줄 알았는데 사준다는 것도 놀랐는데 적당히 두 개를 고른 내게 "이거면 충분해?"라고 묻기까지 한다. 요즘 천사가 날개를 단 듯 행동하더니 진짜 천사가 된 건 아닌가 싶어 괜히 초롱초롱 쳐다봤더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더 골라"라는 세심한 배려를 해준다. 옆에서 듣던 가게 주인이 "하나를 사도 배달도 되니깐~ 먹어보고 괜찮으면 배달하세요."라기에 "먹어보고 살게"라며 가게를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은 "오늘 먹어보고 맛있으면 내일 또 사줄게. 배달의 민족에도 있더라."라는 말을 한다. 어제는 집 옆에 있는 아웃렛을 가서 신발을 사주더니... 오늘은 건어물을 사주고..... 원래도 다정다감한 사람이긴 했지만 약간의 짠돌이 기질이 있는 사람(소곤소곤)이었는데....... 사랑은 변해도 사람은 변하는게 아니라던데... 남편이 변한게 아니라 나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더 커진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