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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n 27. 2021

일본 차문화의 시작과 발달

미술사 - 일본[모모야마]

만들 때 정성을 다하고 저장할 때 건조하게 하며

마실 때 청결하게 하면 다도는 완성된다.

- 초의선사(艸衣禪師, 조선 후기, 1789-1866)



다도(茶道)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차를 마시는 행위는 정신을 수양하는 활동(도를 닦는 행위, 道) 중에 일부였다. 이는 차를 처음 마시기 시작한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것이 전해진 한국과 일본에서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다도는 종교와 관련이 있는데, 선종(禪宗)이라는 불교 종파 중 하나가 그것이다. 정신수양을 특히 중시했던 선종은 중국에서 시작하여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현대까지 이어지는 다도가 정립된 때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다도를 확립한 인물로 센노 리큐(千利休, 1522-1591)를 꼽고 있다. 그를 다조(茶祖)라고 부르는 것에서도 센노 리큐의 명성을 알 수 있다.



센노 리큐가 꾸민 다실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다이안, 1582, 묘키안에 위치.


센노 리큐가 활동하던 시기는 모모야마 시대( 桃山時代, 1573-1615)로 일본 정치권력 구조가 막부에 집중되어 있었고, 막부의 권력은 정점에 달했을 때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권세와 무사 정신을 보여줄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과 문화가 꽃피웠는데 그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소박하고 목가적인 건축물 또한 지어졌다. 이렇게 목가적인 건축물은 선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근면하고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던 선종과 어울리는 다도문화는 막부 정권의 후원을 받으며 발달하였다. 센노 리큐 등장 이전, 초기 일본 다도는 선종의 사상에 기반하여 성립되었어도 무인들과 신흥 귀족들이 주로 향유하며 투다(鬪茶, 차 겨루기)를 즐기고 중국에서 들여온 미술품이나 공예품으로 서원을 장식하여 차회를 열어 부를 과시하는 사치가 유행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15세기 후반의 센노 리큐 등장은 일본 다도의 중요한 변환점이 된 셈이다.


센노 리큐는 작은 족자와 꽃 한 송이가 꽂힌 꽃병 외엔 아무런 장식이 없는 수수한 다다미 두 장 짜리 다실을 설계하였다.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는 다실은, 센노 리큐가 완성한 와비차(侘茶, 청명하고 적막한 마음의 상태를 강조) 전통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그가 꾸민 다실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초가집 다이안은 본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해 야마자키에 만든 것이었으나 이후 오야마자키의 묘키안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다실을 꾸미는 전통으로 일본인들이 추구하는 다완 역시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것이었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전해진 조선의 막사발이 다완으로 사용되며 일본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좌) 1867년 파리 박람회 일본관 (우) 박람회 전시실에서 다회를 시연하는 일본 게이샤들


동아시아 삼국은 모두 각자 조금의 차이를 보이며 차문화를 발달시켰다. 삼국의 다도 세계는 깊고도 심오하나 특히 일본에서 차를 마시는 행위는 곧 정신을 수양하는 것과 상통하고 다실과 다완을 정비함으로써 얻는 깨끗한 마음의 정비는 간단하면서도 온 마음을 다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므로 일본인에게 다도문화는 일본인에게 중요한 활동 중 하나였고 현재까지도 다도에 대한 그 애정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본 다도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현재까지도 '다도'하면 일본을 떠올리는 이유 중 하나로는 재미있게도 근대기 때 일본이 세계 박람회에 다수 참여했던 것이 있다는 점이다. 20세기 전후 일본은 근대화를 시작하며 서양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산업적으로는 열세였기 때문에 박람회를 통해 이미 서양에 자포니즘으로 유행을 일으켰던 적이 있던 자국 문화를 선보였다. 그중 하나가 다도문화였다. 1867년 파리 박람회의 일본 전시실에서는 일본의 게이샤들이 다회를 열고 관람객에게 접대를 하는 등을 통해 다도문화를 서양인에게 인식시켰다. 이미 18세기 즈음부터 일본의 도자기 공예품이 유럽으로 전래되었기 때문에 다완에 대한 정보가 있던 서양인들은 일본인들이 직접 다회를 하는 모습에 크게 흥미를 느꼈다. 일본 다도문화가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위의 두 가지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다도의 시작과 발달의 과정은 한 번의 글로는 설명이 다 되지 않을 정도로 가히 넓고도 깊다. 그것은 또한 중국과 한국의 차문화에도 역시 적용된다. 이토록 어려운 다도문화이지만, 근래에 들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는 다도문화를 즐기며 한 번쯤 '다도와 다완, 이것의 시작과 발달은 어땠을까?' 하는 물음이 있는 분들과 생각을 나누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언젠가 한국의 다도문화도 다뤄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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