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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Feb 25. 2024

내가 교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오늘도 갓생이다

  30대를 끝내고 40대로 넘어가는 시기, 교사를 그만두고 싶어 고민한 적이 있었다. 15년을 넘게 교사로 지내니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웠고 영혼없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을 반복하고 있었다. 교사로 임용되고 그래도 30대 중반까지는 학교에 가는 것이 두근대고 보람있기도 했는데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직장동료, 학부모, 학생에 지쳐있었다. 더 이상 출근하는 것이 가슴 뛰거나 설레지 않았다.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하나같이 반응은 모두 같았다.

  "너만 그래? 다 그렇게 살아."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은 여전했다.


  다른 일을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일을 알아보며 내가 깨닫된 것이 있는데 '세상은 참 엄혹하구나!"였다. 교사의 월급이 적다고는 하지만 40대 교사의 연봉을 맞추어 주는 다른 직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학교에서는 내가 30호봉이 넘는 경력교사이지만 다른 직종에 들어서는 순간 사회 초년생에 불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의 냉정함을 깨닫고 입닥치고 출근하는 일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글 쓰는 일을 즐거워 하기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다른 작가분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몇 권의 책을 내며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며 현실의 아쉬움을 달랬다. 어쩌면 작가로서 또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한 생각도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지난 1월 어느 유명 출판사의 요청으로 '초등학교 입학준비'라는 주제로 유튜브 촬영을 했다. 1시간 분량의 영상을 위하여 하루 전날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하루를 꼬박 준비하고 촬영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깔끔하게 편집된 영상은 방송 예고된 시간에 실시간 송출되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상시 열어두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많아 지금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영상을 공개하였다. 이 모든 것이 작년에 출간한 <초등학교 입학준비 100일+>책 덕분이다. 이 책으로 아내와 나는 그동안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며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은 철저하게 출판사의 기획으로 집필하게 되었는데 내가 출간한 책 중 가장 반응이 좋다. 책이 알려지고 강연을 하고 촬영을 하면서 드는 생각, 

이것도 내가 결국 교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구나.

내가 현직 교사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기회가 있었을까? 매일 같은 패턴, 영혼없는 출근과 생활을 반복했지만 오랜 교사로서의 생활은 나름 나의 브랜드와 정체성을 확립해 주었다. 이렇게 현실을 깨닫게 될 수록 나의 직업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풍족하지 않으면 궁핍해서, 풍족하면 권태로워서,

  끝없는 욕망을 채우지 못해서 시달리는 것이 인간이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55p>'


  내가 교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또 다른 인생을 꿈꾸는 것이 어쩌면 권태로워서가 아닐까?

  이 끝없는 욕망을  '글쓰는 교사'로 열정적으로 살며 채워나가고 싶다.


  오늘도 갓생이다.


https://youtu.be/jxgfStqktVM?si=UgE7Iu1E6_zJthKE

공개된 <초등학교 입학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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