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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Apr 10. 2024

대전의 명소가 '성심당'이라고요?

그래도 성심당이 있어 좋다

  내 고향은 대전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30년 가까이 대전에서 살았고 지금도 어머니가 대전에 살고 계시다. 초중고를 모두 대전에서 졸업했고, 대학생 때도 주말이나 방학 때는 대전집에서 생활했다. 한마디로 뼛속 대전사람인 것이다.


  선거일 전날 저녁, 어머니를 뵈러 제주에서 청주행 비행기를 탔다.(물론 사전투표는 했습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이 3시여서 수업을 마치자마자 조퇴를 해야했다.

  "대전 간다고 또 성심당빵 같은 것 사오지 말고!"
  웃으며 농담을 건네시는 교감선생님을 보며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분들까지 성심당을 알고 있구나!'

  성심당!

  성심당은 내가 초중고 시절에 친구들이랑 심심할 때마다 드나들던 동네 빵집이었다. 한때 대전을 유행어처럼  '노잼도시'라는 별칭을 붙여 부르던 때가 있었는데 그 말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극히 공감했다. 내 기억에도 대전은 별로 갈 곳이 없었던 것으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친구들이나 여자친구랑 대전에서 놀 때면 갈 곳이 없어 백화점을 뱅뱅 돌거나 영화를 보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큰마음 먹고 외곽으로 나가면 동학사, 뿌리공원, 장태산, 동물원 정도?

뿌리공원 아세요? 이곳에 대한민국 이름의 모든 성씨가 모여 있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이렇게 갈 곳이 별로 없는데 초중고 시절에는 어떠했겠는가? 그 시절 성심당은 친구들이랑 만나는 약속장소, 대전 사람이라면 다 아는 지하상가를 배회하다가 배고플 때 가는 가장 만만한 장소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전국적으로 대전의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성심당의 위력을 발견한 곳은 군대였다. 군대 px에서 성심당의 빵을 발견하고는 놀랐던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교직생활을 할 때도 대전이 고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아! 성심당?"

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대전에 엑스포도 있고 갑천도 있고, 으능정이 거리도 있는데 고작 성심당부터 떠올린다고?'

라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서는 사정이 더 심했다.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도 이외의 장소를 말할 때 딱 두가지로 말한다.

  서울과 육지!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서울 외에는 그냥 모두 다 같은 육지이다. 제주도 사람들 우리나라 세 지역으로 나누는서울, 육지, 그리고 제주도이다. 내가 서울에서 이주했다고 하면

  "와, 왜요? 서울이 좋지 않아요?"

라며 놀라지만 고향이 대전이라고 하면 제주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 제주도 살기 좋지요?"

라고 말한다. 그렇게 제주부심 가득한 제주도민들도 대전은 잘 모르지만 성심당은 알고 있었다. 성심당이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어머니를 뵙고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이 여유있어 오랜만에 성심당에 갔다. 내가 대전에 살 때는 성심당이 은행동 본점과 둔산동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대전역점, 성심당 DCC점, 롯데백화점대전점까지 지점이 확장되어 있었다. 특히 오늘 방문한 롯데백화점대전점의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가득한 사람들! 제주도에서 한적하게 살다보니 이제는 사람이 너무 많으면 숨이 막힌다. 여유있게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둘러보다 나오려 했는데 사진조차 찍기 힘든 인파에 튀김소보로빵만 사서 얼른 나왔다.


어렸을 때는 거뜰떠 보지도 않던 '튀김소보로빵'을 돈을 주고 사다니!
한마디로 바글바글한 '성심당', 분점이 이정도이니..... 본점은?

  

  제주도에 살며 그동안 대전에 오는 것이 참 부담되고 피곤했다. 고향인 대전에 오는 이유가 항상 큰일이 있어서, 무엇인가를 해결해야만 해서였기에 오고 싶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복잡한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어 오랜만에 고향에서 여유로움을 느낀다. 어머니도 뵈어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사람마다 고향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나에게 고향인 대전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르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생각나는 마음 아픈 곳이다. 그래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틈만 나면 한화이글스 성적을 검색하고

  류현진이 돌아와서 좋고

  뉴스에서 대전소식이 나오면 돌리던 채널을 멈추고

  성심당 이야기만 나오면 어깨가 올라가니

  고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자타공인 노잼도시 대전!

  제주도에 살면서도 문득문득 대전을 떠올리게 해주는

  성심당,

  대전의 명소 성심당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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