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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잊었었다. 제주도는 운전자의 천국이라는 것을

서울과 제주, 운전의 극과 극에 관하여...

by JJ teacher

내 차는 7인승 카니발이다. 나는 이 차를 2021년 제주도에서 샀는데 그때는 한창 코로나 시기로 캠핑과 차박이 대세였다. 내가 멋진 세단을 마다하고 운전하기도 힘들고 승차감도 좋지 않은 커다란 차를 산 이유는 오직 차박과 캠핑 때문이었다. 나는 자동차를 사자마자 레일을 개조하고 바닥에 장판을 깔았으며 급기야는 지붕 위에 루프탑 텐트까지 올렸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몇 년 동안 주말마다 제주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서 캠핑을 다니지 않지만 가족이 모여 가끔 그때 일을 말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아름다운 추억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제주도는 운전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제주도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을 따지는 것이 복잡하지 않은데 이유는 1km를 1분으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10km면 10분, 40km면 40분 정도 걸린다. 제주도에도 차가 많이 다니는 도심이 있기는 하지만 신기하게도 평균 시간을 따져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운전하는 길은 또 어떠한가?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40km를 운전해야 한다고 하면 머리가 아프고 한숨부터 나오기 마련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좀 귀찮기는 해도 머리가 아프지는 않다. 운전하는 동안 바다와 오름, 한라산, 들판, 조랑말 등 제주풍경을 구경하며 드라이브 하는 기분으로 운전하면 된다.


올해 딸아이 학교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는데 요즘 제주도가 운전하기 좋은 곳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서울은 길이 뭐가 이리 좁고 차는 왜 이리 많은지, 또 왜 이리 잘 끼어드는지, 길은 어찌나 복잡한지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강북에서 강남 넘어가는 불상사가 생기기 쉽다. 요즘 고민이 한 가지 생겼는데 내가 그렇게 애정하고 추억 가득한 카니발을 팔고 다른 차로 바꾸어야 하는지를 하루에도 100번은 고민하고 있다. 이유는 주차 때문이다.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오피스텔은 타워식 기계주차를 하는데 내 차는 이 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다. 외부에 있는 주차공간은 단 세 군대로 여기에 주차를 하는 것은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로 퇴근후 주차할 곳을 찾아 뱅글뱅글 도는 일이 잦다. 일이 이렇게 되니 차를 가지고 외출하는 것이 걱정되고 돌아올 때는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주변에 유료공영주차장이 있어 월주차료를 내고 사용할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이마저도 대기가 많아 어렵다는 응답을 받았다. 세상에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다니! 참~~ 서울 대단해!

일이 이쯤되니 자연스럽게 제주도가 생각났다. 내가 제주도에서 7년을 살며 단 한 번도 주차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 시골은 주차할 곳이 널려있고 아무리 복잡한 곳을 가도 주차장이 넉넉해 주차 걱정을 하며 차를 몰아본 적이 없다. 내가 서울에서도, 제주에서도 살아보니 제주도민들은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면에서 여유있다 못해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예전에 한번은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관광철, 신호 한 번이면 통과하던 도로가 신호 두 번에도 통과하지 못해

"차 엄청 막히네!"

하며 짜증을 낸 적이 있는데, 그러면서 피식 혼자 웃었다. 제주도에서 차가 막힌다는 것은 10분이면 갈 거리가 15분 걸리는 것일 뿐인데 서울에 살았던 내가 이 정도 가지고 짜증을 내고 있으니..... 서울과 제주는 차가 밀린다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


오늘도 퇴근후 잠시 들를 곳이 있어 다녀오다 길을 잘못 들어 30분이면 올 거리를 한 시간 걸려 오고(관악을 가려다 사당까지 다녀왔다), 골목 빈 곳에 간신히 차를 우겨넣다시피 주차를 하고는 녹초가 되어 방에 드러누웠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내가 한 일은 중고차 어플에 들어가 차를 검색하는 일이었다. 드림카니 뭐니 하며 자동차에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은 딸아이 가야금을 실을 수 있고 타워주차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서울의 교통체증과 주차문제는 자동차에 대한 내 기준마저 바꾸어 버렸다. 제주에서는 오픈카를 검색했었는데.....


잠시 잊었었다. 제주도는 운전자의 천국이라는 것을....

오늘 유난히 새별오름을 옆에 끼고 달리던 제주도의 평화로가 그립다. 그래서 도로 이름이 평화로였구나! 운전할 때 참 평화로웠지.

아~~ 내일은 퇴근후 어디에 주차를 하지?

제주에서는 이런 길을 달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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