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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생망!

그냥 막 살아볼까?

by JJ teacher

몇 해 전 이생망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로 어쩌면 이렇게도 함축적이면서 감각적으로 현대인의 자포자기 심정을 잘 담아냈는지... 이 말이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나도 내 뜻대로 된 것이 별로 없어 '이생망'이라는 생각을 한다. 40이 넘도록 방황의 연속이고 아직도 불안하니 말이다.

"당신처럼 자기 뜻대로 사는 사람이 어딨어? 서울 살다가 제주도 살고, 글 쓰고, 캠핑 실컷 다니고."

아내에게 돌아오는 말, 아내 말을 들으면 '정말 내 마음대로 막 살았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산 것'과 '만족하며 산 것'은 다른 문제이기에 나는 아직도 방황중이다. 요즘은 음악을 하는 딸아이 뒷바라지에만 온갖 에너지를 쏟다보니 가끔 텅 빈 방안에 혼자 있으면 '이건 뭐지?' 우울감이 몰려온다. 성격이 극 I인 덕에 사람 만나는 것을 피곤해 해서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지내다 보니 더 조용한 사람이 되었다.


어차피 이생망!

그냥 막 살아볼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드는데 나와 같은 I 성향인 사람은 막 사는 법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거기에 교사...흔히들 교사는 인생의 시야가 좁다는 말을 한다. '똑같이 직장인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인데 그 원인이 뭘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학교를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와 다시 학교로 취업을 하는 도돌이표 인생을 산 사람들이 학교를 떠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가? 어쩌면 시야가 좁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맥없이 가만히 있을 수도 없으니 무언가에 열정을 태울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겠다. 직장은 직장일 뿐, 나이가 들 수록 취미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요즘 다시 느낀다. 배드민턴을 다시 해볼까? 한창 빠져있던 캠핑을 해볼까? 아니면 낚시를 배워볼까? 이럴 줄 알았으면 제주도에서 낚시나 배워둘걸. 오늘 밤은 쏠캠 영상을 보며 잠이 들어야겠다.


어차피 이생망!

그냥 막 살아 보지, 뭐.

1613220982459397000_1280.jpg 한때 이렇게 밖에서 자주 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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