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하루를 독서로 보낼 때 vs 드라마로 보낼 때
2024년 1월 이후로 글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에 멘붕이 왔다. 브런치에 로그인을 한다는 것이 티스토리 로그인을 해놓고 혼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도찐개찐. 2025년 1월 이후로 브런치에도 글을 쓴 적이 없다. 수많은 공수표만 남발하고 나는 그냥저냥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하루하루를 낭비해 왔다.
새로운 곳으로 직장을 옮긴 2월은 적응과 함께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한 업무량에 치여서 집에 오면 쓰러지기만을 했다. 조금씩 익숙해지는 시기에는 적응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것을 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냈다. 독서도,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라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기만 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난 나의 모습은..... 우울하다. 재미가 없다. 체력이 바닥이다. 자꾸 귀찮아한다.라는 총체적 난국의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내가 제대로 살지 못하는 지표는 내 방의 어지러움과 난장판이 되는 부엌에서 나타난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당연하다. 그나마 나은 것이라면 점점 나의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인지하게 되면서 최소한의 정리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엌이 깨끗해졌고, 내방도 다시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나의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집안일을 하며 조금씩 보던 유튜브와 넷플릭스 드라마가 습관이 되어서, 주말이 되어 시간이 나면 하루 종일 보게 된 것이다. 덕분에 남편과 아이도 넷플릭스 삼매경에 빠졌다. 드라마로 하루를 보내면 시간을 허송세월한 것 같은 자괴감에 기분은 더 나빠지고 그러다 보니 또 그 자괴감을 덮기 위해 또다시 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더 이상은 이런 습관을 지속하면 큰일 날 것만 같아서, 사놓고 먼지 속에 방치했던 책 한 권을 빼어 들고 오늘 하루 만에 다 읽게 되었다.
주말에 넷플릭스만을 주구장창 보던 날 저녁은 자괴감과 후회로 기분이 엉망이었다. 내 소중한 시간을 스스로 망친 것에 대한 한심함. 그 감정이 나를 감싸고 늪으로 빠뜨렸다.
오늘 하루를 독서로 보내고 나니 희망이 다시 솟는다. 부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마른땅에 올려놓았다. 독서를 통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 1%의 변화를 위해 99% 노력할 동력이 조금은 쌓인 것 같다. 역시 책은 좋은 친구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서점에 있다"를 쓴 작가 센다 타쿠야는 대학 시절까지 정말 책을 1권도 읽지 않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미친 듯이 책을 읽기 시작해 1만 권이 넘는 독서를 통해 인생을 변화한 인물이다. 너무 극적인 면이 참 일본 스럽긴 한데, 내용이 독서에 대한 80가지 지혜를 이해하기 쉽고 공감이 가게 풀어놓았다.
"혼자 하는 고민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이 아무리 고민이 깊어도 다음 단계로 생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가 없으면, 고민은 망상으로 망상은 병으로 진전된다. 고민을 제대로 해결해 나가는 법, 고민을 정말 고민할 수 있는 끝까지 해내는 방법은 독서밖에 없다."
고민이 많은 요즘 나에게 책 내용 중에서 참 와닿는 말이었다. 고민이 망상이 되지 않게, 그래서 병을 얻지 않기 위해선, 나에게는 독서밖에 답이 없다. 독서에서 길을 찾기 위해서 아침에 책을 잡을 이유를 찾게 되었다.
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이다. 양에서 질로 전환되는 시점까지, 토끼와 거북이에서 나오는 거북이처럼 묵묵히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