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레몬을 싸게 사고 싶어서

요가 강사는 25 % 할인해 준다잖아

by 사막의 요기

처음부터 요가 강사가 되려고 강사 자격증을 딴 건 아니었다. 어차피 요가를 좋아하니 요가를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자격증 과정을 등록했다.


근데 그건 사실 대외용 멘트고…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난 요가 강사에게 주어지는 쏠쏠한 할인 혜택에 욕심이 났었다. 룰루레몬 25% 할인, 만두카 30 %, 알로 요가 30 % 등등…


어쨌든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강제(?) 영어 공부를 해가며 강사 자격증을 땄다. 굳었던 몸을 낑낑대며 움직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요가 지도 멘트(cueing)를 연습하며 보냈다.


그리고 짜잔!!! 마지막 공개 수업까지 통과했다.


하하하 드디어 할인을 받을 수 있겠군! 기대하며 룰루레몬 사이트를 열었다. 아 근데…


현. 직. 강. 사. 에게만 할인해 준단다. 강사 자격증이 있다고 다 할인해 주는 게 아니었다.


허무했다. 그동안 요가 강사 자격증 수업료에 들인 돈으로 그냥 룰루레몬 가서 ‘내돈내산’ 하는 게 쌀 걸 그랬다.



나: 여보야, 나 요가 강사 자격증 땄잖아. 근데 룰루레몬에서 할인 안 해준데.

남편: 왜?

나: 진짜로 가르치는 현직 강사만 할인해 준데.

남편: 그래? 룰루레몬이 그 뭐냐 그 짝 달라붙는 레깅스 파는 데지?

나: 응.

남편: 까짓 거. 레깅스 하면 얼마나 한다고. 얼마면 돼? 내가 레깅스 깔별로 사줄게.

나: 진짜? 사실 몇 달 전부터 이미 장바구니에 깔별로 담아 놨어.

남편: 버… 벌써?

나: (결제할 금액을 보여준다)

남편: (동공 지진) 저… 저기… 있잖아… 강사는 여기서 얼마나 할인해 준다고?

나: 25%

남편: (룰루레몬 앱을 슬며시 끈다) 당신 있잖아. 요가 진짜 잘 가르칠 것 같애. 한번 가르쳐 봐 봐.


에잇, 치사해
니돈내산 안 하련다

남편은 ‘니돈내산(아니 남편 입장에선 ’내돈니산‘인가?)' 하지 말고 진짜 강사가 돼서 ’니돈니산’을 하라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진 않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도 않고 나이는 불혹을 훌쩍 넘긴 나에게 강사 기회가 주어질 리는 만무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아주 아주 마음이 넓은 스튜디오 원장님이 마더 테레사 같은 인류애의 마음으로 나에게 기회를 주신다 해도 정작 내가 자신이 없었다.


영어로 수업해야 한다는 압박감(수업뿐이랴… 회원님들과의 small talk은 또 어떻구…).


완벽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사실 그때 난 머리로 서기 같은 자세는 무서워서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내 자격증은 그냥 서랍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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