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신다면,
오후의 나락
멀리 날아가는 꿈
햇빛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지는 것들
손으로 가리지만
새어 들어오는 빛
눈을 감고 생각해
희미해진 시간을
낡아가는 하루의 끝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늦은 오후 4시의 정적
아이들과 수업시간에 노래 가사 혹은 시를 써 보았다. 아이들만 쓰라고 하는 것이 양심에 찔려 나도 끄적끄적 요즘의 기분을 썼다. 역시나 오그라든다. 표현들은 마음에 들지 않고, 몹시 걸리적거린다.
어제오늘 출판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전자서명을 하고 계약을 했다. 인세는 6%. 유통처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에게 들어오는 권당 인세는 522원. 예전에 시인들이 시집 하나 팔릴 때마다 300원밖에 못 번다고 아이들에게 수업했는데, 나는 522원이니 성공한 건가. 남편의 책은 유통처 수수료 없이 10%라서 권당 천 원이 넘는다. 남편이 갑자기 위대해 보인다. 고퀄리티의 작가와 초보 작가의 간극!
집에 대한 값을 지불하기 위해 요즘 백방으로 뛰고 있는데 별도리가 없다. 결국 몸을 움직이는 일만이 남았다. 시와 소설과 대본을 쓰면서 올 한 해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남은 건 '가난'이었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예상보다 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은 12월까지 어떻게 살지 밀려오는 고민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진한 가을이라서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