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필름

by 인성미남

서랍 깊은 곳,

어둠에 익숙해진 필름 한 통을 뒤적인다.


언제 찍은 것인지, 무엇을 담았는지,

기억나지 않는 시간의 조각들.


빛을 주면,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

그저 손안에 가만히 굴려만 본다.


찰칵, 소리를 내면 세상이 담기고

세상을 품었던 암실.


그 안에 웃고 있는 당신과, 그 곁에서 따라 웃던 내가,

아직은 색 바래지 않은 채 잠들어 있을까.

인화하지 못한 마음처럼 돌아갈 길을 잃은 필름은

내 손 안에서 차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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