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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young Mar 28. 2022

두 아들과 엄마의 일기1

2020년 3월 17일~3월 23일

2020-03-17(화)

5년 가까이 3414번을 타고 출퇴근 했는데 이제 342번 도착정보를 검색한다.  

달라진 노선도 편치 않고, 회사 주변의 식당, 카페, 트렌디한 샵들도 도통 정이 가질 않는다. 

말은 이렇게 해도 이내 적응하고 말겠지만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내 습성을 또 한번 알겠다.


첫째

학원에 가서 더 열심히 공부했더니 선생님이 무슨 일 있냐며 물어봤었다.


둘째

오늘은 형 없이 혼자 있었다. 주말에 보았던 공포 영화 때문에 고생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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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수)

졸다가 깜짝 놀라서 내렸는데 다행히 회사 앞 정류장이 맞다.

지각은 안 하겠다며 안도했는데 이런, 목이 허전하다. 머플러가 없다.

못해도 7년이나 8년은 됐고, 지난 겨울에는 털 한 뭉치가 튀어나올 정도로

낡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이별은 생각도 못했다.   

분실물센터에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봤지만 

새 사람의 목에 둘러졌는지 조용히 휴지통에 버려졌는지 찾을 수 없었다.

전자라면 부디 정갈한 사람을 만났길 바라고, 후자라면 편히 잠들라 말해주고 싶다. 


첫째

내가 정성 들여 만든 건담에 아주 큰 데칼 (프라모델에 붙이는 스티커로 종류는 습식과 건식이 있다.)을 

붙이는 대망의 날이었다. 그런데 실패했다. 내가 습식 데칼을 잘 못 붙여서 문제가 된 것도 있지만 

성급하게 빨리 끝내려다 자초한 일인 것 같다. 역시 예상대로 한 장 더 사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둘째 

오늘은 정말 평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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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9(목)

3월 하고도 19일이다. 이 시국에도 피어난 목련과 개나리.

눈으로 보면서도 봄을 인정할 수가 없다. 봄도 마음에서 피어나야 봄인가 보구나.   


첫째

슬프다…


둘째

이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이렇게 늦잠 잘 수 있는 날이 흔한 남매* 하지 않기 때문에 안 끝나도 좋을 것 같다.


*흔한 남매: ‘흔하다’는 표현을 유튜브 인기콘텐츠 ‘흔한남매’로 바꿔 말하는 초딩다운 어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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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0(금)

일주일의 회사생활은 금요일 퇴근 시간을 향한 기다림이다. 그 기다림이 20여년이나 계속될 줄은 몰랐지만.

막상 별 거 없는데도 늘상 기다리는 걸 보면 기다리려고 기다리는 건지도.


첫째

힘들다.


둘째

아빠는 정말 라이넬을 재미있게 없앤다.

그리고 힘들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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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1(토)

회사를 그만두면 하루가 뭘로 채워질까? 2000년, 그러니까 스물 다섯 살 이후로

그런 일상을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게 100% 나의 선택이었던가?


첫째

어제 드디어 데칼 붙이는 일이 끝났다.

나의 시간을 얼마나 투자했는지 모르겠지만 다 붙이고 나니 정말 멋있었다.


둘째

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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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2(일)

오신다는 말씀도 없이 이모님(4-5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셨던)이 오셨다. 

점심은 또 뭘로 때우나 걱정하던 참에 금방 만들어서 아직 따뜻한 

시래기나물에 연근조림, 낙지장, 그리고 갓 담근 총각김치를 챙기셔서.

무슨 복으로 이런 분을 만났을까?

‘내가 못 가니 우리 딸이 애 낳아 기를 때, 살림할 때 잘 좀 들여다 봐줘요’

혹시 저 위에서 우리 엄마가 부탁했나?


첫째

방학이 아직 남았지만 방학 숙제 생각하면 아직도 한숨이 나온다.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


둘째

아 맞다 아직 학교에 가져갈 숙제를 다 하지 못했다. 

하지만 금방 끝나지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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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월)

아침 해결하면 애들끼리 데워 먹을 점심 걱정, 퇴근할 땐 저녁 찬 걱정.

코로나로 길어진 방학 만큼 끼니 걱정도 길어졌다. 

마음은 매끼가 잔칫상인데 현실은 울상이다.


첫째

(일찍 잠들어 버림)


둘째 

(형이 안 썼으니까 자기도 안 쓰겠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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