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young Apr 04. 2022

두 아들과 엄마의 일기2

2020년 3월 24일(화)~4월 2일(목)

2020-03-24(화)

배드민턴이 치고 싶다. 배드민턴이 재미있어서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지금처럼 긴 방학을 가지면 연습을 많이 못해서 다시는 순위권에 들지 못할 수도 있다. 공부나 다른 분야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상위권의 걱정을 느껴볼 수 있어서 좋은 것도 같지만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기도 하다. 지금 나는 배드민턴 마렵다.


동생

오늘은 처음으로 ebs 라이브 방송을 보았다. 채팅이 재미있었다.


엄마

하루에도 서너 번씩 재난 경보가 울린다. 미세먼지, 지진, 코로나, 인근에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는 경보.

위험하다고 야단이지만 어떻게 안전을 확보하라고는 알려 주지 않는 경고음을 들을 때마다

도대체 어떤 강도의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지 어리둥절해진다.


------


2020-03-25(수)

날씨가 좋기에 운동 좀 해볼까?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또 어떤 날은 바람이 안 불기에 핸드폰에 작은 사각 상자를 보면 공기가 안 좋다 하고…

과연 언제 배드민턴을 칠 수 있는 것일까? 당장 쳐도 불안한데……


동생

말할 게 없는데………

ㅇㄴ ㅋㅌ ㅇㅁㄹㅋ ㅂㅍㄹ ㅅㅌㄿ ㅇㄹ 만들었다 ㅁ ㅇ ㅇ ㄷ ㅇ ㄷ


엄마

초딩 때나 나이 마흔이 넘어서나 친한 사람과 싸우고 난 다음날의 어색함은 똑같다.

아닌 척 하려고 하지만 마주보는 눈빛 안에, 평범한 말 한 마디 속에 서걱서걱 어색함이 씹힌다.

다툼 전의 사이로 돌아가기까지는 또 며칠의 시간이 필요할까?


------


2020-03-29(일)

배드민턴을 쳐서 드디어 속이 후련해졌다. 배드민턴장에 바람이 많이 안 불어서 정말 좋았다.

내 프로선수급 실력이 많이 죽었지만 내가 상상하고 걱정했던, 한참 쉰 실력보다는 더 나아서 좋았다.


동생

형과 아빠와 함께 배드민턴을 쳤다. 아빠와 게임을 세 번이나 했는데 모두 졌다.

그땐 그냥 집에 가버리려고 했다. 근데 다시 돌아와 보니 아빠와 형이 이렇게 말했다.

‘너 안 왔으면 공차(貢茶)) 못 먹을 뻔했어.’


엄마

‘사회적 거리두기’를 빙자로 주말 내 집에만 있었다. 게으름이 흠이나 흉이 되지 않는,

스스로한테도 죄책감이 되지 않는 참으로 특이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


2020-03-30(월)

동생

형과 ㅗㅂㅗㅅ 게임을 하였다.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같이 할 수 있어서 더 재미 있었다.


수학 학원에서 왠지 모르게 눈이 뻐근했다. 어려운 문제를 많이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아침부터 많은 일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좀 쉬어가면서 행동해야겠다.


엄마

퇴근길로 아이들을 불러내 단지 앞 상가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해결했다.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오는데 봄밤의 벚꽃이 화사하다. 눈치 없이 이 시국에 예쁘고 난리구나.


------


2020-03-31(화)

엄마

새로 산 세계명작시리즈 중에 보물섬을 읽고 있는 둘째가 말했다.

“이 책은 좋은 점이 있어. 책 날개가 없어서 계속 읽게 만든단 말이야. 으하하하”

캬아! 엄마는 그런 책은 따로 책갈피가 필요해서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넌 참 뜻밖의 지점에서 긍정적이구나.


------


2020-04-01(수)

엄마

아무도 웃어넘겨 줄 것 같지 않으니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만우절.

만우절이라는 것 자체가 거짓말 같은 만우절이구나.


------


2020-04-02(목)

오늘은 아빠가 휴가여서 게임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동생

로블록스를 하고 싶었지만 젤다를 해도 재미있었다.


엄마

남편은 휴가고 나는 출근을 한다. 아이들 점심 저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나도 절반은 휴가다.

작가의 이전글 깊고 푸른 봄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