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한 줄로 연결되는 순간, 삶이 바뀐다. 그 줄을 길게 늘인 것이 한 인간의 삶이 아닐까.
- 『악기들의 도서관』 중에서
이 문장은 굉장한 희망을 안겨주기도, 손가락 하나 들어올리기도 힘든 무력감으로 휩싸이게도 한다.
매순간 각각의 지점에서 내가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했던 것들이 의도한 것도 아닌데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나 섭리에 따라 한 줄로 연결이 되어 그것이 나의 ‘삶’이라는 결과물로 남는다. 내가 매순간 ‘최고의 선’을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노력을 하고,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조금이라도 자비로운 존재여서 그 노력을 가상히 여긴다면 내 인생은 썩 괜찮은 것으로 산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 나쁘지 않은 매커니즘이다.
그런데 내가 직접 내 인생을 설계하고 싶다면? 나의 인생의 면면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채우고 싶다면? 사정이 조금 복잡해진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서로 엉겨 붙어 엉뚱한 결과물을 산출해내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변수를 제거해야 하는데 그 서로 엉겨 붙는 원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일까. 통제 가능한 루틴을 세우고,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플랜B, 플랜C를 마련해놓은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다시 말해 전혀 사전에 계획해두지 않았던 것들이 저절로 한 줄로 딱 붙어버려서 내 삶을 내가 주인이고 내가 완전히 통제하고 싶었던 나만의 삶을 바꿔버리고 만다고 하니, 어디까지가 온전히 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인가.
나이가 들수록 이것은 고민거리가 더 이상 되지 못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것은 젊은이들이나 하는 고민이다. 현명해지고 철이 든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와 역량을 가장 보수적으로 파악해서, 예상치 못한 결과에 덜 충격 받고 실망하지 않는 법을 터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섭리에 순응하는 자,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보상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