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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용구 Sep 28. 2024

도착

살살 녹는다, 그 말뜻 알 것 같아

도착

                 인용구

내 왼손 검지 엄지는 지문이 없다
불꽃의 껍질을 벗겨 보고 싶었거든
빨간 꽃잎 뜯어다 혀 위에 놓으면
살살 녹는다, 그 말뜻 알 것 같아서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결국 손대고 마는 것들
당신에게선 그런 냄새가 났다
아빠에 대해 남은 유일한 기억 같은

내 반질반질한 손가락을 보고
깨물어봐도 돼, 라고 말하는 당신의
이빨을 만져보고 싶었다 그래서였다
그 뜨거운 시선 끝에 닿고 싶어서

한 뼘 깊이로 내게 박아넣을 때
나는 아픔보다도 기뻤다
같이 숨 참아주는 자상한 당신
당신이 남기는 깊숙한 자상



   문뜨 MT를 왔습니다! 익명시 컨텐츠로 냈던 시, 애정해 마지않는 연구실 선배의 결혼식이 대구에서 있었는데, 대전으로 올라오는 기차랑 버스에서 2시간만에 썼습니다. 평소 쓰는 것보다 변태적으로 쓰면서도 용구답게 도착이나 자상, "살살 녹는다" 같은 중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가 들어가게 잘 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익명시 할 때는 뒤에 되게 3류 야설 같은 내용이 더 있었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근데 그건 대외적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라 비밀로 하겠습니다. ㅎㅎ


암튼 이제 술 먹으러 갑니다!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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