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잊히지 않는 손맛

by 김남정

어릴 적 우리 집에는 '계절이 오는 소리'가 있었다. 봄이 되면 엄마는 쑥과 냉이 달래 등 봄나물을 캐 오셨다. 여름엔 오이지와 물김치를 담갔고, 가을엔 고구마를 말리고, 겨울엔 김장으로 늘 바쁘셨다. 한 해의 사계절은 언제나 엄마의 부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엄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대단한 레시피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재료가 쓰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때가 되면 해야 할 일을 하듯 직접 젓갈을 내리고 간장, 고추장, 된장을 만드시며, 묵묵히 손끝을 놀렸다. 그러면서 꼭 한마디를 잊지 않으셨다.

"이건 네가 나중에 해봐야 해.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아."


나는 그 말을 흘려들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물을 데치고, 김치를 담근다. 하지만 아직도 쑥떡이나 간장, 된장, 고추장은 맘뿐이다. 조용히 깨닫는다.

엄마의 음식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살림'이었고, 그 살림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사랑의 형식'이었다는 것을.


이 글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한 입의 쑥떡에 담긴 기억, 망개잎 향기처럼 오래 남는 손맛. 그리고 그 손맛을 유산처럼 물려받고 싶은 딸의 기록.


그리하여 언젠가, 내 아이들도 내 손끝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의 사계절, 쑥떡에 담긴 기억>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