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개잎 위에 놓인 기억
어릴 적부터 엄마는 계절마다 뭔가를 채취하고 빚으셨다. 봄이면 쑥떡, 여름이면 오이소박이와 오이지, 가을엔 무 말랭이와 깻잎김치, 겨울이면 사 남매를 위한 온갖 종류의 김장김치. 그 모든 음식이 그저 얻어진 밥상의 반찬이 아닌, 삶의 리듬이다. 엄마의 마음 그 자체였다.
올봄 엄마 생신날이었다. 우리가 생신 음식을 끝낸 주방 한쪽 쟁반 위엔 망개잎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산에 다니시면서 보드랍고 둥글하게 생긴 망개잎을 따다 깨끗이 크기별로 정리해 두셨다. 우리는 엄마가 미리 반죽해 논 쑥반죽을 조금씩 떼어 동글동글 빚는다. 그 위로 푸르른 쑥떡이 하나하나 얹힌다. 역시나 망개잎 크게에 맞게 젤 예쁘게 얹힌 건 엄마 작품이다. 그 투박한 손끝으로 어찌나 정확하고 예쁘게 빚으시는지. 우리는 아무리 애쓰도 따라가지 못하는 장인의 솜씨다.
막 쪄낸 떡에서 퍼지는 쑥향, 잎사귀에서 우러나는 은은한 향기와 버무려지는 콩가루의 고소함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거, 작년보다 쑥을 더 많이 넣었어. 초록빛이 짙지?"
엄마는 조심스레 말하시며 망개잎으로 하나씩 덮는다. 그 손길은 마치 무언가를 꼭꼭 감추듯, 또는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듯 따뜻하고 조심스럽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엄마의 이 음식들을, 이 정성을, 이 사계절을 내가 이어갈 수 있을까.
레시피가 아닌 유산
이제는 엄마의 손끝을 자주 바라본다. 망개잎을 씻는 방법, 쑥을 데쳐 다지는 법, 떡 반죽의 촉감을 손끝으로 느끼는 모습까지. 그 모든 것이 나에겐 배움이고, 기억이고, 유산이다.
어떤 사람은 돈과 집을 유산으로 남긴다지만, 나는 엄마의 음식이, 엄마의 사계절이 내게 가장 값진 유산이 될 거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 이 망개잎 쑥떡을 브런치북 한 편에 남겨둔다. 언젠가 내 딸들이 이 책을 펼쳐 보며 말하겠지.
"엄마가 만든 쑥떡, 참 따뜻한 맛이야."
"사계절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맛이 있다. 그건 늘 사랑으로 빚어진, 엄마의 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