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에 담긴 소망
새해 아침, 부엌에서는 구수한 사골 육수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이불속에 누워 있다가도 그 냄새를 맡으면 저절로 몸이 일어난다. 어릴 적부터 새해 첫날은 '떡국 먹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 떡국은, 어김없이 엄마가 새벽같이 일어나 끓이신 그것이었다.
얇게 썬 가래떡이 투명하게 퍼지고, 희고 노란 계란 지단과 김 가루, 송송 썬 파가 흰 사기그릇 위에 어우러진다. 숟가락을 들기 전,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이거 한 그릇 먹어야 나이 한 살 더 먹지."
그 말이 마냥 좋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한 살 더 먹는 일'이 가벼운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누군가는 한 그릇 떡국을 단순하다 하겠지만, 그 안에 많은 손길과 기다림이 스며 있다.
엄마는 방앗간에서 떡을 뽑아 오면 가래떡을 꾸덕하게 말려두셨다. 한 번 물에 헹궈 뻣뻣함을 덜고, 하룻밤 정도 바람이 잘 드는 곳에 삼베보를 덮어 꾸덕하게 굳힌 떡은 서로 들러붙지 않았다. 그것도 일종의 '배려'였던 것 같다. 떡을 써는 일의 수고를 덜고 먹는 이의 미식을 위한 손맛, 그게 엄마의 방식이었다.
설날이 다가오면 가족들은 흩어진 방향에서 다시 집으로 모인다. 엄마는 고기를 두툼히 썰어 넣으셨고, 나는 달걀을 지단으로 부쳐 예쁘게 얹었다. 그리고 동생은, 엄마 옆에 앉아 김 가루를 손끝으로 부슬부슬 뿌리며 속으로 소망을 빌었다.
올 한 해도 무탈하길.
모두 건강하길.
엄마의 떡국을 내년에도 다시 먹을 수 있길
그랬던 우리 사 남매는 각자의 가정에서 식구들을 위한 떡국을 끓인다. 시판 육수에 가래떡을 넣고, 지단을 넣고 김가루도 뿌린다. 겉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맛은 다르다. 그 속에 '마음'이 빠졌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내년을 기약한다. 새해 첫날 엄마의 떡국을 먹으러 가길.
그 맛을 기억하고, 배우고, 남기기 위해서다. 그 한 그릇 속엔 단순한 국밥 이상의 것이 있다. 시간, 정성, 그리고 사랑. 그 모든 것이 푸르른 김 향처럼 피어오르는 새해의 첫 그릇, 떡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