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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인 Dec 09. 2021

3화... 낯설지만 축하해

학부모가 아닌 친구가 되고 싶어





11월 말의 중창 무대를 마치고 이제는 음악실에 모여 연습할 명분이 사라 졌다. 매주 모이던 목요일에 우리는 이제 만나지 않아도 되었다. 처음에는 문 여는 것조차 쑥스럽더니 더운 바람 불 때 만나 추운 바람이 부는 것으로 바뀐 3개월 동안 조금은 익숙해지고 친해져서인지 아니면 한 무대를 같이 해낸 동지애가 느껴졌던 것인지 아쉬움이 커 헤어지지 못하고 그다음 주 목요일에 다 같이 뒤풀이를 하자고 했다. 지휘자 선생님과 9명의 중창 단원들은 한적한 호숫가 근처의 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그날 회비를 조금씩 모아서 한 사람이 맡았는데 그녀는 처음부터 우리들에게 커피를 나눠주고 인사를 반갑게 하며 중창단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해 주던 제이였다. 제이는 나랑 동갑이라 더 친하게 느껴졌고 내가 먼저 인사 못하는 성격인데 갈 때마다 인사를 먼저 건네주는 그녀가 너무 감사했다. 제이는 붙임성이 좋아 우리가 밥 먹는 동안 사장님과도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근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찻집을 추천받기도 했다. 그녀 덕에 사장님이 우리에게 후식으로 사과도 깎아 주셨으니 그녀의 역할은 중창단 연습에서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도 빛났다. 그녀만의 특별한 장점이었다. 


10명의 사람이 차로 1~2분 거리였지만 여러 대의 차로 근처의 찻집으로 이동하였다. 추천받은 곳은 산장 느낌의 코지 한 곳이었고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마스 장식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고 잔잔한 캐럴이 흘렀으며 고소한 커피 향이 진득하게 베인 곳이었다.  나는 커피 맛을 잘 모르지만 나중에 들으니 커피가 맛있어서 먼 곳에서도 오는 그런 카페였다고 한다. 10명의 아줌마들이 각자 취향대로의 음료를 선택하고 제이가 주문하여 결제하였다. 그 사이 아까 밥집 사장님이 카페로 들어오셨다. '아! 사장님도 이 집 커피를 좋아하시는구나!"싶을 때 밥집 사장님께서 제이에게 말씀하셨다.


"밥 값 계산 좀 요~~~~~"


어머나!!!!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모두 일제히 제이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웃고 떠들며 기분 좋고 배부르게 니오면서 사장님도 제이도 밥값 계산을 놓친 것이다. 하하하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그 카페에 다행히 우리 밖에 없어서 다 같이 크게 웃었다. 민망해서 얼굴이 벌게진 제이만 빼고선 말이다. 10명이 밥을 먹었으니 가격이 있었던 터라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앞치마도 그대로 입으신 채로 달려오셨을 사장님도 우리의 반응을 보시곤 웃기다며 같이 웃으셨다. 우리가 다른 찻집으로 안 가고 여기 왔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그 사장님은 얼마나 애타 하셨을까~



이렇게 한바탕 크게 웃고 사장님은 제이의 사과와 변명을 조금 더 들으시곤 즐거운 시간 돼라 하시며 가셨다. 지금은 그 밥집이 없어졌지만 가끔 그 호숫가를 가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우리가 함께 얼마나 황당해하며 재미있게 웃었던지!!!^^



그리고 각자 주문한 음료가 나올 때쯤 중창단 멤버였던 영이가 차에서 케이크를 가지고 왔다. 모두들 의아해하고 있든 와중에 긴 머리에 소녀처럼 웃으며 내 옆에서 노래하던 영이는 


"오늘이 마침 제이의 생일이에요."라며 케이크에 초를 켰다.


제이와 영이는 각자 4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을 키우며 학년도 성별도 다르지만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유치원에 보내면서 친해졌고 그 후 꽤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었다며 마침 생일 당일이라 미리 영이가 준비해왔다고 했다. 저렇게 생일을 챙겨주는 친구가 있어 제이는 참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싶어 부러웠다. 


친하지 않은 아이의 학교 학부모로 만난 제이였지만 진심으로 축하를 담아 다 같이 축가를 불렀다. 그리곤 제이만 예쁘게 찍고 우리는 얼굴을 일 그러 트리는 "몰아주기"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이곳에 올리려다가 다들 초상권이 있기에 그날의 케이크 사진만 올려본다^^



제이와 영이는 나와 동갑인 4명 중창단 멤버 중에 2명이었다. 나도 저런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친구나 대학 친구들은 모두 멀리 살아서 이런 소소한 일상을 나누기에는 마음은 가깝지만 몸이 멀었고 같이 아이 유치원 보내고 학교 같이 보내는 동네 엄마들이 몇 명 있었지만 그녀들이 나에게 친구로 있기보다는 아이 친구의 엄마로서 있었다. 그것은 쉽게 정을 못 주는 나의 성격 탓일 수도 있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불변의 진리가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애들 학교 엄마들은 친구가 될 수 없어. 시기 질투가 있거든."



아무리 집안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 어젯밤에 몇 시에 잤는지, 매일 아침 등교할 때 만나고 매일 오후 하교할 때 만나 놀이터에서 오후를 함께 보내며 일상을 공유하며 같이 지내지만 어떤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상장을 받으면 그날은 못 받은 아이의 집안은 냉기가 돌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무엇이 부족하여 저 아이만 받는지 절대 이해를 못 하며 말이다.



영이와 제이는 그런 학부모 사이가 아닌 친구 같아 보였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어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영이의 마음이 느껴져 생일 축하가 낯설지만 진심으로 축하를 해 줄 수 있었다. 나도 그녀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중창 연습하면서 늘 내 옆에서 노래했던 영이의 마음이 더 예뻐 보였다. 



캐럴이 잔잔하게 흐르던 그 카페에서의 추억이 흑백 영사기처럼 주르륵 머릿속에서 흘러간다. 지금은 제이와 영이 모두 내 친구가 되어 함께 생일 축하 한지 6년이다. 다음 화에서는 내 친구들 4명을 모두 소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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