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삼겹살은 잊혔다

안도, 짜증, 눈물의 감정 레이어

by 빛나볼게요

주말 오전부터 집을 나섰다.

나들이도 하고, 쇼핑몰도 한 바퀴 돌고,

밖에서 부지런히 시간을 보낸 우리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이제 좀 쉬고 싶다’ 싶은 그때,

남편이 말했다.


“우리 삼겹살 먹으러 갈까?”


그 말에 나와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했다.
“좋은 생각이다!”

짐만 내려놓고 바로 출발하려던 순간, 아이가 말했다.
“나 킥보드 타고 가고 싶어.”
그러자 남편은,
“그냥 셋이 걸어가면 안 될까?”
나는 그 대화를 옆에서 듣다 말했다.
“타고 싶으면 타~ 평소에 학원 다니느라 잘 못 탔잖아.”

그렇게 우리는 시작부터 마음이 조금씩 어긋났다.


타고 싶은 아이, 같이 걷고 싶은 아빠,

아무거나 괜찮다는 나.


셋이서 같은 길을 걷는 건 맞지만,

마음은 조금씩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킥보드를 탄 아이는 익숙한 길이라 쌩쌩 달려 나갔다. 남편과 나는 천천히 걸어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삼겹살집 앞에 도착했을 때,

아이도 없고 킥보드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설마 다시 집으로 갔나?’

하는 생각에 짜증과 걱정이 뒤섞였다.
남편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봐. 혹시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조금 있다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래도 집으로 간 것 같아. 우리 다시 가보자.”

각자 큰길과 골목길을 나눠 걸으며 아이를 찾았다.

습하고 더운 날씨 속, 집에서 삼겹살집까지는 걸어서

15분 남짓.


괜히 멀리 있는 가게를 골랐나 싶었고,

걱정 위에 짜증이 겹겹이 쌓였다.

그때, 아이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받자마자 들려온 울음 섞인 목소리.
“엄마, 어디 갔어… 엄마 없어져서

무서워서 집에 왔어.”
처음엔 반가웠지만, 곧 화로 바뀌었다.
“기다리면 아빠 엄마가 올 텐데 왜 그냥 갔어?”
“기다렸는데 안 와서…”
“학교에서 길 잃으면 어떻게 하라고 배웠어?

그 자리에 있으라고 배웠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았다.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말하자 그가 한마디 했다.
“화내지 마. 아이도 많이 놀랐을 거야.”

문 앞에서 아이는 울고 있었다.
“엄마랑 헤어지는 줄 알고 너무 무서웠어…”
그 말을 하며 내게 안기는 아이를,

나는 잠시 밀어내고 말했다.


“일단 씻어.”


아이 찾느라 온몸에 땀이 밴 나도 씻고 나왔다.

그제야 눈에 들어온 건 내 눈치를 보는

아이의 얼굴이었다.


화가 가셨다기보단, 그 모습이 귀엽고 안쓰러워졌다.

‘얘도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생각에 다시 아이를 안아줬다.

그랬더니 또 울음이 터졌다.

한참 울고 나서야 아이가 묻는다.
“엄마, 근데… 나 저녁은 어떻게 해?”

이쯤 되면 아이는 정말 아이구나 싶다.
그 상황에서도 배고프다고 묻는 너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그렇게 우리 셋은, 감정도 식욕도 오가는

복잡한 하루를,

그럼에도 품 안에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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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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