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던 주말이 좋았다.

감정의 색이 닮아가기도 한

by 빛나볼게요

이번 주는 어쩌다 보니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우리 셋이 붙어 지냈다.
특별한 걸 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집에만 있던 건 또 아니다.


금요일엔 남편과 둘이 일찍 사전투표를 마치고,

학원이 끝난 딸아이를 데리러 갔다.

셋이 나란히 버스를 타고 동네 밖으로 나가,

고깃집으로 향했다.


신기하게도 각자 먹고 싶은 고기가 달랐지만,

그 집엔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모둠 메뉴가 있었다.


나는 항정살, 딸은 꽃삼겹, 남편은 목살.
각자 입맛대로 먹고,

소주도 한잔 곁들이며 통통해진 배를

서로 웃기다고 두드리던 저녁.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길을 함께 걸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엔 같은 공간 안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주말 맞이 침구 빨래를, 딸은 밀린 숙제를.
남편은... 뭐했더라? 뭐 하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이상하게도 참 좋았다.

요즘은 셋 중 누구든 둘이서 언성이 높아지는 날이면
바깥 날씨가 아무리 맑아도 집 안엔 먹구름이 드리운 기분이다.
반대로, 별일 없이 평화롭게 지나가는 날은
딱히 ‘좋다!’고 외치지 않아도 속이 편안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낀다.
뭐가 너무 좋은 것보다,
뭐가 너무 슬프거나 힘든 것보다
그냥 아무 일 없이, 조용하게, 평화롭게 흘러가는

시간이 제일 좋다는 걸.


한 지붕 아래, 감정 세 식구.

서로 너무 다른 색을 가졌던 우리는,
이제 조금씩 서로의 색이 스며드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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