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다시 살아내는 어느 엄마의 하루
“엄마, 나 배고파아아아~”
아이 목소리가 자꾸만 길어진다.
계속되는 아이 재촉에 “엄마 지금 밥 하는 거 안 보여?”
날카로운 한마디를 던진다.
부엌에서 밥 하랴, 국 끓이랴 정신없이 분주한 와중에 세탁기에서 ‘띵~띠리링 띵띵’ 끝나는 소리가 울린다. 아, 이제 빨래도 끝났구나.
저걸 얼른 건조기에 안 넣으면 또 꿉꿉한 냄새가
배겠지. 손은 바쁘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그 와중에 거실을 지나가며 보인 건,
소파에 반쯤 걸터앉았는지 누웠는지 애매한 자세로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남편이다.
그 순간, 안 그래도 가득 찬 마음에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빨래 끝났잖아. 저것 좀 꺼내서 건조기에 넣어.”
말투가 퉁명스러워졌다.
남편은 그제야 움직이더니 뒤통수에 대고 툭 내뱉는다.
“근데 왜 이렇게 짜증을 내?”
진짜 몰라서 묻는 걸까.
내가 지금 왜 짜증이 나는지,
내가 왜 이렇게 예민해졌는지.
나는 지금 밥을 하고 있고, 세탁기도 돌리고 있고,
아이는 배고프다고 하고,
그 모든 걸 혼자 하고 있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서도,
한마디 했다고 내가 짜증 많은 사람처럼 보이는 건가. 그렇게 건조기에 빨래를 넣던 남편은 아이에게
가더니 조용히 말을 건넨다.
“엄마는 왜 별일도 아닌데 화를 낼까?”
그 말이 나에게 하는 건지, 아이를 달래려는 건지,
사실 그러든지 말든지 이젠 별로 상관도 없다.
나는 여전히 부엌에서 밥을 차린다.
그저 빨리 밥을 먹이고 이 정신없는 아침을 끝내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차려낸 밥상에 정작 내 밥은 없다.
입맛이 뚝 떨어진다.
수저를 들 마음도 없이,
그저 멍하니 아이가 밥 먹는 걸 바라본다.
나는 원래 이렇게 짜증 많은 사람이었나.
아니면, 살아가는 이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걸까.
하루에도 몇 번씩 나 자신에게 묻는다.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금세 후회하고, 사과하고,
또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그런데 또 다음 날,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은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다시 후회한다.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 아이에게 짜증을 낸다.
“기다려! 엄마 지금 밥하고 있잖아!” 그렇게 쏟아낸
말이 머릿속에 남는다.
아이는 그저 배고프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러다 문득,
내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움직이는 센스 있는 남편이랑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정말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과 사는 누군가가 어딘가엔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상상을 하며 나를 위로해 본다.
그래, 다들 그렇게 사는 거겠지.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지.
그러다가도,
어느 날 아침 일찍 회사에 나갔던 남편이
여행 다녀온 직원이 줬다며 초콜릿을 들고
들어오는 걸 보면 그냥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여보 초콜릿 좋아하잖아!”
자기가 더 신나서 흔들어 보이는 그 모습이
참... 뭐라 해야 할까.
미워하기도 애매하고, 뭐라 하기도 애매하다.
그냥 생각이 없는 거겠지.
일부러 나를 힘들게 하려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또 스스로를 달랜다.
어설픈 다정함이라도 그 사람 나름의 방식이라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결국 오늘도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냈고, 정작 내 밥상에는 밥을 놓지 못했다.
그래도, 엄마니까.
내일도 다시 눈 뜨고 살아내야 한다.
미우나 고우나, 다시금 살아보는 엄마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