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이 제일 좋아

대단한 건 없지만, 내 마음을 담았어요

by 빛나볼게요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은 엄마 노릇이지만,

아직 내 요리 실력은 그 시간만큼 자라지 못한 것 같다.
엄마라는 말이 조금은 어색할 만큼,
냉장고 속 재료들로 마법처럼 맛있는 걸 뚝딱

해내는 솜씨는 내게 없다.

그런 내 요리 실력이 무색하리만큼,
내 딸아이는 말해준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엄마 요리가 최고야.”

“엄마가 해준 밥을 먹어야 힘이 불끈불끈 나!!”


사실 나는 아침이면

‘뭐라도 먹여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전날 저녁에 먹고 남은 국을 데워 밥 말아주고,
김에 싸서 주고,
계란프라이를 부쳐 참기름과 간장 살짝 넣은

간장계란밥을 해주는 정도가 다인데.
그마저도 눈 비비며 허둥지둥 준비한 밥상이지만,
딸아이는 그걸 정말 맛있다고 말해준다.

그러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까지 다녀온 아이가
“엄마~ 배고파! 오늘 저녁은 뭐야?”

하며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는 또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찌개들을 떠올린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소고기뭇국, 계란국…
며칠마다 한 번씩, 순서를 바꿔가며 끓인다.

아파트 장이 서는 날엔 장터에서 사 온 수제 돈가스를
노릇하게 다시 데워 예쁜 접시에 옮겨 담고,
아이 입맛에 딱 맞는 외할머니표 김치를

조그만 그릇에 따로 덜어낸다.
그렇게 내놓은 저녁 한 끼에
딸아이는 늘 엄지손가락을 착 올려 보이며 말한다.
“역시 엄마 밥이 최고야.”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새끼 잘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은 아니구나 싶다.
진짜로, 배가 부르다.


그리고 사실, 나는 딱히 앉아서 식사를 하기도 어렵다.
돈가스 몇 조각, 국물 조금 간 본다고 옮기다 애매하게 남은 걸 입에 쏙쏙 넣고 나면,

밥상머리에 앉는 시간도 없어진다.
결국은 딸아이가 밥 먹는 모습을 구경하고,
쫑알쫑알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들으며
그 입만 구경하다가 어느새 저녁이 지나간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문득 떠오른다.
우리 엄마가 끓여주던 순두부찌개,
매콤한 걸 좋아하던 내 입맛에 딱 맞게

볶아주던 오징어볶음, 투박하게 싸낸 김밥 한 줄.

아— 나도, 엄마 밥 먹고 싶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국을 데워주고,
밥을 퍼주고,
“많이 먹어”라고 말해주는 그 한 끼가 문득 그립다.


요리엔 재능이 없는 나도 엄마는 엄마다.
내 손맛은 부족해도, 밥상에 사랑은 가득하다.

오늘 저녁도 아마 큰 거 없을 거다.
그렇지만 딸아이는 또 말해주겠지.
“엄마 밥이 제일 맛있어.”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내일 또 냉장고 문을 열며 고민할 거다.
“오늘 밥은 뭐 해줄까?”

이전 13화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