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그때 당시 내게는 어른들이었던, 인생 선배들의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나이 들면 세월이 배속으로 흐른다.”
나는 젊은 활력과 건강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이라는 단어를 일상으로 끌어들이고자 발버둥을 치지만, 그간 내 육신이 반복적으로 쌓아온 패턴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 패턴을 ‘취향’이라 해두자.
우리에겐 이 취향이라는 게 있다.
무엇을 선호하거나 어떤 행동을 취할 때, 우리가 가진 취향은 선택에 있어서 호불호를 가리는 기준점이 된다.
그런데 이제 나는 음식에 대한 나의 취향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건강 식단은 먹어보지 않고 눈으로만 봐도 단번에 맛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희한하게도 말이다.
달지 않고 짜지 않고 맵지 않고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재료 본연의 맛과 향에 충실한 음식.
이런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손이 차마 뻗어지지 않는다.
중년 여성의 체중 관리와 필수 단백질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환상적인 식재료, ‘닭가슴살.’
마트에서 사 온 닭가슴살 한 팩을 냉장고 안에 수일 동안 넣어 두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어젯밤에 마늘, 생강, 월계수 잎, 후추 등을 때려 넣고 삶았다.
아침에 일어나 점심때 사무실에서 먹을 요량으로 삶은 닭가슴살 한 덩이를 도시락통에 넣었는데, 차마 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그 질감, 향, 맛. 먹어보지 않아도 입안에서 느껴질 좌절감을 나는 안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나의 취향에 굴복하고 말았다. 식용유가 잔뜩 들어간 볶음밥을 도시락통에 가득 담는데, 마음 한구석에서 밀려드는 일말의 죄책감. 그래서 건강을 챙기기 위해 닭가슴살도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