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잡지 기사*를 읽었다. 아마존이나 유튜브, 페이스북을 가면 그간 싸돌아다닌(?) 나의 온라인 발자취에 따라 내 취향을 짐작한 알고리즘이 이것저것 읽을 것, 볼 것, 먹을 것, 연락할 사람 등등을 챙겨준다. 소름이 돋는 건 알고리즘의 오지랖이 상당 부분 내 취향을 저격한다는 사실이다. 나라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데이터에도 다 털리는 별것도 아닌 존재인데 내 머릿속은 왜 늘 복잡한지 모르겠다.
2022년 6월 21일 자 온라인판 뉴욕커(New Yorker)에는 최근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글쓰기를 소개하고 있다. 기자는 A.I.의 글솜씨 수준을 놀라워하면서 급속도로 고도화되는 인공지능이 언제고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수 있으며 그 순간 인간 작가(human writers)는 사라지지 않을지,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프로든 아마추어든 나를 포함한 글 쓰는 모든 인간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조력자가 될지는 그 미래가 도달해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기사는 인공지능이 단 몇 초 만에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여러 편의 시와 산문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내가 재미있게 읽은 시 한 편을 적는다. 작품의 탄생 과정은 이렇다. 인간인 기자가 제시어와 기존에 알려진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인공지능에게 명령하면 거기에 맞춰 시든 산문이든 글이 순식간에 나왔다. 창작의 고통이니 최소한의 제작 기간을 보장해 달라는 둥 인간 작가에게서 듣던 칭얼거림 따위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기자는 영국 시인 필립 라킨(Philip Larkin) 스타일로 ‘암호 화페(crytocurrency)’에 관한 시를 써달라고 인공지능에게 요청했다. 그랬더니, ‘코드 다빈치 002(code-davinci-002)’는 아래의 시를 턱 하니 던져 주었다.
The Invention
By Code-Davinci-002
Money is a thing you earn by the sweat of your brow
And that’s how it should be.
Or you can steal it, and go to jail;
Or inherit it, and be set for life;
Or win it on the pools, which is luck;
Or marry it, which is what I did.
And that is how it should be, too.
But now this idea’s come up
Of inventing money, just like that.
I ask you, is nothing sacred?
발명**
코드 다빈치 002
돈이란 열심히 일해서 버는 것이지
당연히 그래야지.
아니, 돈을 훔칠 수도 있지, 그럼 감옥에 가는 가지
유산으로 받게 되면 일생이 편해지는 거지
게임으로 돈을 따게 되면 운이 좋은 거지
부자랑 결혼해서 돈을 벌 수도 있지, 나처럼.
아무렴, 그렇게 사는 것이지.
그런데,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
아예
돈을 만들어 버리는 것 말이야.
내가 물어볼게
신성시할 건 아무것도 없잖아?
이 정도의 시라면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두려우면서도 신기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