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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 Yoon Aug 02. 2022

글을 쓴다는 것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묻힌다’라는 것을 실감한다. 글을 올린 후 서너 시간만 지나면 내 글은 조회 수가 늘지 않은 채 그대로 묻혀버렸다. 이유야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글이 재미없거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거나, 감동이 없거나, 혹은 그냥 읽고 싶지 않거나. 내 글 앞으로도 무수한 글이 있었지만 내 글 뒤로도 순식간에 수많은 글이 쌓이므로 온라인상에서 글을 쓴다는 건 지면에서보다 더 치열한 경쟁에 놓이게 된다. 나를 아는 지인들과 함께 하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매번 글을 쓸 때마다 폭풍 칭찬이 오가며 유난을 떨었으므로 어쩌면 나는 내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멋모르고 나온 거대한 익명의 온라인 글터에서 나는 독자의 냉담함을 제대로 맛보았고 그 쓰라림에 당황했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괴로운 건 나의 글이 없어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다가 검색 키워드 바늘이 내 글 속에 꽂히게 되면 지금은 읽기에도 부끄러운 옛날 글이 속수무책으로 떠오른다. 그런 글에서 나는 바늘을 입에 물고 허연 배를 하늘로 향한 채 수면 위로 떠 오른 물고기처럼 깊은 수치스러움과 무력감을 느꼈다.     


읽히지 않는 인쇄물의 운명은 예측 가능하다. 책꽂이 한쪽에 아무렇게나 꽂혀서 무한대의 시간을 인내하거나,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발에 채고 거친 손에 던져져 찢어지고 너덜거린 종이로 전락해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좀 더 운이 좋으면 라면 국물이 만들어낸 아방가르드한 얼룩무늬를 가진 채 누군가의 냄비 받침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가치가 입증되어 의도적으로 보관되는 인쇄물이 아니고서야 평범한 개인이 제작한 인쇄물의 일반적인 운명은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노트에 일기도 마음 놓고 쓰며 내 컴퓨터에 창작 글도 자유롭게 저장해둔다. 이들은 내가 지구에서 사라질 때 같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유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글쓰기는 사뭇 달랐다. 다양한 주제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글이 아주 짧은 시간에 생산되는 이 시스템에 나는 압도되었고, 그 안에서의 글쓰기는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해변의 모래 알갱이 하나가 파도에 휩쓸려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면서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가 과연 몇 명일까 싶게도 내 글은 탐지되지 않았다. 무수한 글의 홍수 속에서 내가 굳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고자 함에서인지, 궁극적으로는 누군가가 읽어 주기를 바라는 것인지, 글 쓰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글 쓰는 게 어려워지고 두려워졌다. 물론 지금의 플랫폼에서도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내 글을 비공개로 전환함으로써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서버의 어느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내 글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나는 관여할 수가 없다. 서버가 망가지지 않는 한, 그 서버를 백업해놓는 한, 내 글은 온라인 어딘가에서 사라지지 않고 부유하고 있을 터였다.    

 

우연히 구글 검색을 하다가 브런치에 쓴 내 글이 결과 창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그 순간 기쁘다기보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졸렬하기 그지없는 내 글의 영생불멸을 원하는 것일까. 공명심 탓에 높은 조회 수를 갈망하며 대양으로 나온 나는 새삼 글쓰기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동시에 이 만만찮은 여정에 합류해 성실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수많은 작가에게 경외심을 표한다. Kudos to Brunch wri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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