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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 Pisces Feb 16. 2021

여름의 기억

놉 힐 - 퍼시픽 하이츠- 러시안 힐 

로워 퍼시픽 하이츠-웨스턴 에디션의 쓸쓸한 느낌은 팬데믹으로 집-회사만 오가는 일상이 되니 매우 답답했다. 찾아보니 회사 지원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집도 많이 보여서 적극 이사를 추진하게 되었다. 첫 번째 집에서 매달 500달러씩 추가로 내던 게 너무 아까워서 이사의 목표는 개인 돈 지출을 최소화 하자는 것. 그리고 100년 된 나무집의 층간소음과 이상한 느낌을 벗어나고 싶어서 모던한 집을 찾자는 것이었다. 


팬데믹 락다운이 한창이던 6월엔 집세가 내리고는 있었어도 아직은 큰 변동은 없었고, 곧 락다운이 풀릴 것이라는 희망도 있어서 집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 지원금으로는 셰어를 찾는 수밖에 없어서 밝은 느낌을 주는 동쪽 지역에서 찾기 시작했다. 


먼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링컨 힐 지역의 셰어들이 있었는데, 개인 욕실을 쓰려면 기존 집과 비슷한 가격인 점이 좀 걸렸고, 욕실을 셰어 하는 금액이 맞는 집은 회사 수표를 안 받는 정책으로 들어가기가 까다로웠다. 


페이스북의 집 찾기 그룹을 통해 모던해 보이는 집에 가구까지 포함에 전용 욕실이 있고 가격도 회사 지원금에서 내 돈 50달러만 더하면 되는 조건의 집을 보고 찾아가게 되었다. 일찍 도착해서 근처 헌팅턴 파크에서 잠시 쉬었는데 좋은 날씨에 깨끗한 공원이 좋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블록 아래 파인 스트릿에 위치한 독특한 모더니즘 건물에 위치한 유닛은 디자인적 요소가 강한 집이었다. 뒤뜰엔 거대한 고사리 나무가 있었는데, 전체 유닛 중 딱 우리 유닛에서만 온전한 모습이 보이는 구조였다. 정북향을 향한 집은 바로 뒤에 masonic이라는 대규모 음악회 홀이 있었고, 팬데믹이라서인지 한 번도 소리로 시끄러운 적은 없었다. 창밖 고사리 나무 위엔 그물을 쳐놓았고, 바로 뒤 건물이 너무 높아서 하늘을 전혀 볼 수 없는 구조라서 방안에 있으면 온전히 외부와 단절되어 갇혀있는 구조였다. 고사리 나무에 햇빛이 드는 느낌은 신선함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너무 어두워서 그 방에서는 붉은 색인 줄 알았던 사이드 테이블이 이사를 오고 나서 보니 그제야 골드 컬러였다. 


어둡고 축축한 느낌이지만 뭔가 재미있었던 느낌의 집이었다. 



 

책상과 의자, 큰 클로짓.
책상에 앉아서 창가를 보면 1층부터 자라나 온 고사리 나무가 3층인 집에서 딱 보인다. 

북향인 방엔 햇볕이 한조각도 안 들었고, 나무는 해를 잘 받았다. 

해가 안 들어도 여름이라서 인지 아직은 신기한 게 많은 정착 기라서인지 신선함을 느꼈던 기억이 많다. 

내 전용 욕실은 욕조가 있고 10년 전 기준에서는 좋은 재료로 마감했다. 물 빠짐이 매우 둔한 것이 단점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땐 생생해서 마음을 사로잡은 고사리 나무가 이사를 온 시점부터는 갈색으로 돌돌 말렸는데, 나중에 이사를 나갈 시점이 되어서는 모든 잎 갈이를 마무리하고 이렇게 초록색으로 거듭났다. 


갈색 잎들이 동그랗게 말리면서 한참 지나서 뚝 내려가고 동그랗게 말린 잎들은 쭉 뻗어 나와 잎을 펴서 초록색이 생생해진다. 
고사리 나무의 변신
동그랗게 올라오는 잎
익숙한 풍경
키친에서 바라본 거실
첫 닭볶음탕 성공
트레이더 조가 가까워서 요리를 자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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