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이던 우리 아빠는
나를 낳고 손에서 놓질 않을 만큼
예뻐했다고 한다.
나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일단 그렇다고 한다.
입지도 못하는 아기 옷을 여러 벌 사 오고,
힘이 약한 엄마가 혹시나 나를 떨어뜨릴까
손에 안기조차 못 하게 했단다.
그만큼 아빠는
갓 태어난 딸을 사랑했다.
그런데 내가 백일쯤 되었을 때였다.
엄마는 어느 날,
왼쪽 눈 밑에 푸르스름한 멍 같은 것이 생긴 걸 발견했다.
걱정이 된 엄마와 아빠는 나를 안고
동네 소아과로 달려갔다.
의사는 말했다.
“이건 멍이 아니고, 오타모반이에요.
멜라닌 색소 이상으로 생긴 건데
눈 주위에 자주 나타납니다.
지금은 어려서 못 하고,
고등학생이나 스무 살쯤 되면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
딸, 그것도 여자아이라면
외모에 관심이 많을 나이가 올 텐데
얼굴에 시퍼런 점이라니.
엄마에게 이 ‘오타모반’은
할머니의 “독사 눈 같다”는 독설보다
더 잔혹한 운명이었다.
나는 아주 어릴 때는 뭔지도 몰랐다.
그런데 유치원 무렵,
내 얼굴이 다른 친구들과 조금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짓궂은 아이들의 놀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