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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려 내고 싶은 상처

by 이음하나

새 학기만 되면 엄마는
초콜릿, 사탕, 젤리 같은 간식을 한아름 들고
학교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우리 하나, 놀리지 마라.”

같은 반이 된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며
부탁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받을 때뿐이었다.
놀림은 매일 이어졌고
나는 울며 집에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눈탱이가 왜 밤탱이가 됐냐?”
“눈탱이가 밤탱이래요~”


처음엔 부끄럽고, 또 서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들이 자꾸 들리다 보니
내 안에 굳은살이 생겼다.

어느 날,
놀려대던 남자아이와 맞짱을 떴다.
신고 있던 실내화를 벗어 들어
“너, 내가 가만 안 둬! 또 말해봐!”
하고 소리쳤다.

결국 입술에 한 대를 맞아 주먹만 하게 부어올랐다.
그날 엄마의 속상한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내 안에는 이상한 용기가 자랐다.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거울을 볼 때마다
쓱쓱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나는
다시, 등교를 했다.

───

학년이 올라가면서 놀림은 줄어들었다.
아이들도 몇 년을 보고 나니
무뎌졌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이 무뎌질수록
나는 오히려 더 예민해졌다.
사춘기가 찾아오고
거울 속의 나는
도려내고 싶은 상처로만 보였다.

내 얼굴이 너무 싫었다.
그때의 나는,
그 상처가 나라는 걸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늘 밤 자고 나면

그리고 아침이 되었을때,


이 상처가 아주 깨끗하게 사라져버렸기를...'



새학기가 되면 바뀌는 선생님들,
친구 엄마들,
생김이 다른 나를 보는 어른들의 눈빛은
놀려대는 아이들의 날카로움보다

더 깊게 베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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