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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어린 나에게 하는 칭찬

by 이음하나

“하나야, 오늘 놀 수 있어?”
“아니… 나 동생 데리러 가야 돼.”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여 놀 궁리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엄마는 아빠 사무실에 가서 일을 도왔기 때문에
동생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하나야, 이번 주 토요일 내 생일파티 하는데
너 올 수 있어? 같이 놀자~ 응?”

“미안해… 동생 돌봐야 해서 집에 가야 해.”

“칫, 넌 맨날 안 된대. 놀자~ 앙, 같이 가자~”

친구가 내 손을 붙잡았다.
사실 나도 가고 싶었다.
가장 친한 베프의 생일이었으니까.

“엄마가 떡볶이 사주고 노래방도 보내준댔어~
가자~ 우리 가서 〈칵테일 사랑〉 부르자~”

그때는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나 친구 생일 파티 가면 안 돼? 가고 싶어…”

“안 돼. 너 가면 동생은 누가 봐?”

엄마의 사정을 너무 잘 아는 나는
더 이상 조르지 않았다.



친구에게는 미안하다는 편지를 썼다.
“정말 미안해. 생일 축하해.”

그리고 1,000원의 거금을 들여
연필, 지우개, 자가 들어 있는 문구세트를 샀다.
예쁜 포장지로 싸고,
아껴둔 스티커를 요리조리 붙여
선물처럼 건넸다.


‘지금쯤 떡볶이 먹고 있겠지?’
‘〈칵테일 사랑〉은 누가 불렀을까?’

그렇게 궁금한 채로 월요일에 등교했다.

파티에 다녀온 친구들은
그날의 이야기로 웃고 떠들었다.
나는 모르는 그들의 추억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랬어도 나는 괜찮았다.

‘내가 갔으면 동생은 혼자서 무서웠을 거야.
동생 잘 돌봤으니까 됐어. 괜찮아…’

그렇게 열한 살의 나는,
스스로를 칭찬하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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