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뜻밖의 목소리

나는 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을까

by 빛담

성탄절을 앞둔 겨울날이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 나는 한동안 창문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며 유리창에 부딪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얼굴로 축축한 것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눈물이었다. 눈물이 나자, 갑자기 모든 것이 슬퍼졌다.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 찼다. 아이들을 절대 청소년청에 맡겨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남편이 나 몰래 아이들을 데리고 청소년청으로 가는 건 아닐까. 그런 상상이 들자 극심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는 관할 청소년청의 상담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찾아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인데요. 남편이 아이들을 청소년청에 맡기겠다고 해서요. 엄마 동의 없이도 가능한 일인가요?”


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나야? 너 지나 맞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상황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상담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순간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닐까, 귀를 의심했다.


“나 소냐야.”


그제야 나는, 소냐가 청소년청에서 사회상담사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내가 건 전화를 하필 그녀가 받았고, 또 내 목소리를 알아차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묘한 우연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듯 말을 했고, 목소리에는 분명한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부끄러워졌다. 소냐가 내 사정을 어느 정도 짐작했을지도 모르지만, 속살 같은 이야기까지 모두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숨기다 아이들을 잃는 것보다는, 수치를 감수하고라도 아이들을 지키는 편이 옳다고 생각했다.


“설마… 엄마 동의 없이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


평소처럼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말끝마다 울먹임이 새어 나왔다. 소냐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그런 일은 없어. 독일에서는 우선적으로 엄마에게 양육권이 가.”


그 말을 듣는 순간, 긴장이 풀리며 안도감이 밀려왔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울먹이던 숨은 곧 격렬한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꺽꺽, 소리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목구멍 안에서만 삼켜졌다.


소냐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아마 그녀 역시, 언젠가 자신의 삶을 스쳐 갔던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소냐는 성탄절 전후로는 상담 예약이 어렵다며, 해가 바뀌고 소한이 지나면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조만간 얼굴이나 보자는 말이 오갔지만, 구체적인 약속은 잡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자,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말들이 환영처럼 떠올랐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이럴 거라고 했잖아."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네 차례까지 왔겠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잖아."
"그 먼 곳에 가서 아니면 어쩌려고."


내가 알고 있던 여러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고, 그들이 했던 말들은 그대로이거나 조금씩 변형된 채 메아리처럼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전화를 끊은 뒤에도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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