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nogoodnw Oct 06. 2023

간식을 주고 싶은 마음

가을바람이 제법 차다. 나도 모르게 팔짱을 낀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집이다.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문 앞에 다. 찐빵이가 신발장에 나와 있을 게다. 애원하는 눈동자로 간식을 요구할 테지만, 안 줄 거야-, 안 줄 거야-. 삑삑 삑삑 문을 열었더니 역시 하얀 뭉치부터 보인다. 으, 추워. 팔짱을 풀곤 팔을 잡던 손 모양 그대로 문을 잡고 힘을 주는데, 앗! 손을 문에 찧어버렸다. 안 줄 거야- 대신 아이고 아파라-.

찐빵이에겐 안 줄 거야- 건 아이고 아파라- 건 중요하지 않다. 이 익숙한 생명체가 간식이 있는 거실로 걸어가느냐, 걸어가지 않느냐가 중요할 뿐. 나를 거실로 에스코트하려고 발버둥 친다. 아이고 아파라- 넌 오늘 진짜 간식 없다 인마. 방에 들어와 손가락을 보니 별 이상은 없어 뵌다. 입으로 소리 내는 정도로 충분할 듯.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다.

한두 번 닫은 문도 아닌데, 오늘은 안 줄 거야- 대신 아이고 아파라-. 35세 언저리의 나는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아직은 닫은 문보다 닫을 문이 많을 텐데, 언제쯤 아이고 아파라- 보다 맘에 드는 말을 입에서 뱉을 수 있을까. 찐빵이에겐 아이고 아파라-건 뭐건, 중요하지 않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이 익숙한 생명체가 거실로 걸어갈 마음이 드느냐, 마느냐.

작가의 이전글 어디에나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