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이번 시간에는
지난주 '발문 만들기' 개인 첨삭을 해 준 것을 다시 잘 정리하고
자신이 만든 발문 중에서 가장 근사한 발문을 2개 선정하여
토론 진행자가 되어 보기로 했다.
20명 전원 출석이라
각각 2개의 발문이면 전체 40개 발문이다.
"얘들아, 일단은 발문을 5개 정도 선정해 보세요.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거나 혹은 친구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듣고 싶은 발문을 선정하면 좋습니다."
"친구와 내가 만든 발문이 같으면 어떡해요?"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발문으로 먼저 진행했으면 나는 다른 발문을 선택해야 해요."
"아, 그러면 빨리 할수록 좋겠네요."
"그렇지. 빨리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발문으로 토론할 수 있지요."
"또 한 가지, 질문과 발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질문은 답을 모르고, 발문은 답을 알아요."
"그렇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내가 앞에 나와서 토론을 진행했는데 내가 예상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아이들이 답을 모를 수도 있잖아요."
"물론 모를 수도 있지요? 특히 과학적인 지식에 대한 질문은 모를 수도 있지요 또?"
갸웃갸웃~
"그런데 몰라서 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비슷하기는 하나 엉뚱한 답이 나오거나
뭐라고 묻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거나
그래서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잘 모른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발문을 잘못 만든 것은 아닐까요?"
"맞아요. 발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내가 예상한 답이 아니라 전혀 다른 답이 나온다거나 친구들이 무엇을 묻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면 내 발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수정하기 바랍니다."
뒤에 진행하면 불리할 거라는 판단하에
아이들은 다들 먼저 하겠다고 야단들이다.
할 수 없이 순위 정하기
"가위 바위 보"
1번에서 20번까지....
대체로 아이들은 답이 분명한 2단계 발문을 주로 선정했고
발문 내용이 겹치다 보니 나중에는
1단계, 3단계 발문도 나왔다.
"제가 선정해 놓은 것 앞사람들이 다 발표해 버렸어요. 어떡해요?"
"그래 뒤로 갈수록 겹칠 수밖에 없어. 하고 싶은 발문으로 해도 돼."
찬반 토론 발문도 있었고
특히 1단계 배경지식과 관련된 발문으로 웃음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라면을 좋아하나요? 한 달에 몇 번 정도 먹나요?"
"나는 좋아하는데 1년에 한두 번요."
"나는 한 달에 한 번만 엄마가 허락해줘요."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먹을 수 있는데..."
"아, 매일 먹고 싶다."
의외로 부모님들이 라면에 대해 인색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 라면이나 햄, 소시지 등 인스턴트 먹거리를 가급적 멀리했던 것 같다.
이제 막내가 곧 30대를 향해가고...
언제부터 인스턴트 먹거리에 대한 예민함을
아이들에게서 거두었는지 모르겠다. 가물가물~
라면을 먹으면 왜 숲이 사라질까요?
라면을 바싹하게 튀기는데 가장 좋은 것은 팜유라고 한다.
팜유는 값이 싸고 상온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단다.
이 팜유에는 계면활성제 물질도 들어 있는데 인체에 무해한 천연이라 인기가 많단다.
문제는 팜유 생산이다.
많은 양의 팜유를 생산하려면 어떻게 할까?
숲을 베어내고 기름야자 나무를 심는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숲이 사라지고 있다.
숲이 사라지면
그 숲에서 살던 숲 생태계가 망가지고
숲의 역할이 사라지고
그로 인하여 기후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자신이 만든 발문으로 토론을 진행한다는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두렵기는 하지만
뭔가 두근대는 설렘도 있었나 보다.
발표하기 전에는 표정이 굳어있지만
발표를 마친 후에는 자랑스러움이 베어 나오는 미소를 짓는다.
교사가 전체 발문을 만들고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구성원과 함께 발문을 만들고
어린이들에게도 부분적인 진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단계 발문은 과학적 지식을 단편적으로 묻는 발문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묻는 발문이므로
요 단계에서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면 1석 2조 일 것 같다.
2단계 발문을 예로 들어보면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하여 말해 보세요.
햄버거를 먹는 것이 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나요?
생태 통로 종류에 대하여 설명해 보세요?
전기를 절약하면 북극곰을 살릴 수 있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관련 텍스트 전반에 걸쳐 과학적 지식을 묻는 발문이다.
진행자가 묻고 토론자의 답을 바탕으로
마무리할 때 문제와 답을 다시 한번 정리하여 설명하도록 했다.
좀 힘들어했지만
자신의 언어로 자신이 만든 발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여
과학적 지식을 확실하게 이해하도록 했다.
20명이 돌아가면서 토론을 하다 보니 약 60여분 정도 소요
앞부분에서 지난주에 첨삭받은 발문을 정리하느라 40분을 써 버렸다.
끝나는 시간이 다 되어 버렸다.
나의 기대대로 뭔가 뿌듯했나 보다.
"다음 주에는 어린이날 주간이라 토요 수업 없어요. 다다음주에 만나요."
"오, 왜 쉬어요. 우리는 그냥 해요."
"재미있니?"
"네!"
"아유, 고마워라! 어린이날 축하한다. 잘 보내고 다다음주에 만나자."
진행 소감을 들을 시간이 없었지만
다음 주에도 이 수업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좋았나 보다.
고맙다.^^
다음 수업은 이 책의 마지막 활동이다.
독서논술 쓰기
내용상으로는 과학 논술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