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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진 May 29. 2022

영어 학원? 과외? 난 안돼!

영어공부 잘하기 1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게 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쌓은 경험담 정리해 볼까 생각 중이다. 단순히 학교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열거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하면서, 영어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을 학생이나 학부모님에게 알려주려는 것이다.


우선, 어떤 과목이든 공부를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을 해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학생들이 감당할 수 없는 학습량을 강요하여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교육환경에서는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어, 수긍할 수 있는 동기만 잘 부여되면 누구든 처음부터 원만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가기가 쉽다. 더욱이, 학생들의 행복권이 보장되는 쪽으로 교육행정이 우선시 되어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등하교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학교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여가활동으로도 이어질  있다.


또한, 가정에서도 공부만 요구하는 부모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극심한 경쟁을 거쳤던 부모세대들은 과도한 학습을 강요당했던 후과(後果)를 몸소 겪고 있는 세대이기도 한데, 자신들이 현재 지향하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스라벨( Study and Life Balance)' 자식들에게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이처럼,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하는 마음과 서로 공감하는 태도야 말로, 학생들을 스스로 춤추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이제, 문제가 되고 는 학교 현실 속으로 다시 들어가 보자. 지금처럼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 이유는, 궁극적으로는 대학입시 제도의 변화에 기인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 여러 특색 있는 전형 방법이 정착되면서, 성적 말고도 다양한 능력을 증빙할 수 있는 스펙이 중요하게 되었다. 학교나 가정에서 발 빠르게 대처를 한다고는 하지만, 보다 전문화된 사교육의 순발력이나 기동성에는 처음부터 경쟁상대가 되질 못했다. 공교육의 일선에 있는 학교가 열 가지를 책임지고 학생들을 일일돌보아야 한다면, 사교육은 전문화된 하나에만 주력하면 되는 것이다.


공교육이 무력화되고 있는 현실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진학과 진로지도를 담당해서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던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자 마음이 쓸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 미래를 함께 설계하며 굵은 땀방울 흘리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제자들이, 힘들었던 옛날을 그리워하며 지난날의 과도한 간섭이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이제라도 응어리진 마음을 푸는 것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말하자면, 지금의 잣대로 보면, 형편없는 꼰대 선생님지나지 않을 사람에 대해서 그들 나름대로 용서를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그들은 무엇보다 학교를 신뢰했선생인 나를 믿어주었다. 다시 말해,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사교육을 우선했던 것이다. 교직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전후로, 사교육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지방의 중소도시부터 학교끼리 무한 경쟁이 시작되었는데, 0교시 수업을 위해 등교 시간은 차츰 빨라지고 야간 자율학습을 빌미로 하교 시간은 거의 자정까지 미뤄졌다. 주말도 없이 학교에 불려 왔으며, 아예 방학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진행 과정을 눈여겨보고 있던 시도교육청은 엉뚱한 발상으로 다른 욕심을 냈는데, 이는 이후 과학고와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의 설립으로 이어졌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고심하던 지역 명문 사립고다시 한번 자사고로 간판만 바꿔 달고 자신들이 이미 확보해 둔 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학생들의 꿈은 좌절되었다. 그 단초를 교육 당국이 제공을 했고, 어이없게도 일선에 선 교사들이 최초의 원인 제공자였다.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몬 당사자이기도 했으니, 자승자박(自),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성적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나만 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다 같이 머리를 싸매고 시작하려 들 학생들 사이에서 강요된 학습의 효율은 급격히 떨어졌고, 오히려 한계만 자명(自明)하게  속살을 드러내고 말았다.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이 늘면서,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자해하는 학생들마저 생겨났다. 그 사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혼란의 틈새를 노려 사교육이 발 빠르게 발을 들여놓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해결책으로 꺼내 든 것이 기존의 대학입시제도를 손보는 것이었다. 학력고사가 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면서 내신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었다. 학교 수업에만 전력을 다하면 과도한 경쟁이나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도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이 논리의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몇 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대학입시는 수시와 정시로 다시 이원화되었고, 내신의 중요성과 함께 학교 활동이 세세하게 기록된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졌다. 성적을 비롯한 여러 활동 지표들이 소위 스펙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하여 남과 다름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변질되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수업 중이던 학생들이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수행평가나 교과특기 사항 기재와 같이, 수업활동을 장려하는 당근책들도 학생들을 수업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별로 소용이 없었다. 학생들 가운데 태반이 수업을 시작한 지 10분도 안되어 책상 위에 머리를 뉘고선, 수업 중인 선생을 아랑곳 않고 곤히 잠을 잔다. 깨우면 이내 사나운 눈길로 되받아 치는 것을 알기에 한두 번 봉변을 당하고 난 후로는 애써 모른 척하기 일쑤이다. 공교육은 무너지고, 마침내 교실마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어느 날, 한참 영어수업이 잔행 중일 때였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여러 가지 행사로 수업이 빠진 날이 많아, 시험날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시험 진도를 맞추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꼭 학습해야 할 내용을 추려가며 수업을 바쁘게 진행하고 있는데, 평상시에는 수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녀석이 열심히 뭔가를 책에다 받아 적고 있길래 기특한 마음이 들어 가까이 다가갔다.


○○ 학원이라 인쇄된 책 한 권 부피의 문제집이 책상 위에 따로 놓여 있었는데, 시험 범위에 맞춰 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것으로 보였다. 시험 범위는 1과에서 3과의 본문만을 포함한다고 예고해 주었으니, 교과서의 시험 분량이 많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출제되어 있는 시험문제는 글의 내용 파악에 주안점을 두고 수능 영어문제 형식을 빌어 출제를  두었으니, 수업을 잠시 귀담아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문제였다. 마침, 내가 수업만 잠시 들으면 시험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신신당부를 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았던가. 더욱이 지금 할 수업내용은, 이미 출제되어 있는 문제 속 바로 그 지문으로, 이제 읽어 내려가고 참이었데.


보습학원이란, 이를테면 이런 일을 하는 곳이다. 시험 출제자인 선생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순  없으니, 지금까지 기(旣) 출제된 시험 범위 속 문제를 일단 여기저기에서 모으고, 심지어는 동일 교과서를 쓰는  학교의 문제들을 검색해서 기도 한다. 더러는 교과서 본문을 통째로 외우게끔 본문 곳곳을 괄호로 비워두어 하나하나 메우도록 하거나, 주어진 문장의 문법 이해도를 물으려고 문장 곳곳을 온통 난도질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험문제는 생각과는 달리 기본적인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도록 쉽게 출제를 하고, 기 출제된 문제는 학교 정기고사에서 가급적이면 배제하는 것이 출제의 기본 침이기도 하다.


론, 한 권 분량의 예상 문제지를 제대로 풀기만 하면 문제 해결이 한층 쉬워질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시험 후의 결과가 궁금해서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는 녀석들의 답안지를 따로 가려내어 수동 채점을 해보면 교과서 내용을 묻는 쉬운 문제조차 곳곳이 틀려 있다. 공부해야 할 분량은 너무 많고, 지엽적인 문제에 너무 심력()을 쏟다 보니 정작 공부해야 할 보편적인 내용들을 놓치고 만 것이다. 다시 말해 출제 당사자인 선생님은 따로 떼어 놓고, 엉뚱한 노력이나 비용을 쏟아부은 것이다. 게다가, 부교재나 교과서 밖 시험 범위도 마찬가지의 분량의 예상문제지로 제본되어 눈앞에 떡하니 놓여 있으니 미처 공부를 시작도 하기 전에 질려버릴 지경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시험기간 중 공부해야 할 과목으로 영어만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수업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도록 많은 당근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생각해 보라. 과연 어떤 선생님이 누워 있는 학생들을 보며 마음 편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영어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수업 시간만큼은 깨어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중요한 시험이 눈앞에 닥쳐 있을 바로 그 시점이라면!


2부 '선생님 수업에 귀 기울이자'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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