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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진 May 31. 2022

선생님 수업에 귀 기울이자

영어공부 잘하기 2

공부를 할 때 귀 기울인다는 말은, 선생님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이를 이해하려고 하는 행위 일체를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을 하기 위해선 내신을 비롯해서 대학이 요구하는 각종 스펙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이 글을  이유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데 부담을 가장 많이 느끼는 내신 과목 가운데 하나인 영어를 쉽게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어떤 과목이든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면, 학생들은 노력을 적게 기울이면서도 보다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요령이나 편법을 먼저 떠올린다. 검증되지 않은 학습론이나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암기법으로 포장한 학습방법에 호도(糊塗)되어, 이를 무턱대고 믿고 따른 학생들은 더 큰 혼란과 어려움 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신학기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각종 부교재들은 사실상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겉표지는 마치 현란한 수사(修辭)로 도배되어 있는 광고용 전단지 같다. 어쩌면, 학생들은 공부를 하려고 책의 홍수 속으로 뛰어든 그 순간부터 요령이나 편법을 먼저 염두에 두고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공부에 도움이 된다 하여 특이한 학습 과정이나 절차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경우도 학생들에게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과목 자체에 대한 염증을 불러일으켜 중도 탈락자로 만들 수가 있.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외선생님은 일정한 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므로, 자신이 과거에 공부한 경험이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현재 가르치는 학생에게 자신의 학습 방법 고집하기가 쉽다. 과외를 받는 학생들은 과외와 학교 수업 사이의 간극(間隙)을 스스로 메꿀 능력이 부족하므로 오히려 수업에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학생들은 정작 수업시간에 다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내용은 패스해 버리고 과외선생님이 전날 내 준 과제를 하는데도 급급한 실정이다.


포항은 고등학교 입시가 평준화가 된 지 이미 십 년을 넘어섰지만, 아직은 살고 있는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포항 전 지역을 대상으로 자신이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골라 선지원을 한다. 초창기와는 달리, 이제는 등하교를 우선시하여 살고 있는 지역과 가까운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지난날의 명성과 이미지를 좇아 몇몇 특정 공사립 고등학교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다. 또한 내신 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고등학교를 전략적으로 택한다던지, 아니면 남녀 공학의 고등학교만 선호하는 학생도 있다.


어떤 이유였든 간에 K는 입학 후 3월 초에 치른 첫 시도연합 모의고사에서 전 영역 올 1등급을 받은 발군(拔群)의 실력을 가진 학생이었다. 모의고사가 중학교 전 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할 목적으로 출제되었기에 문제의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낮다고는 하나, 영어와 수학을 100점 받을 만큼 기초가 탄탄한 학생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K는 5월이 되어 서로 낯이 익어갈 즈음에 좋지 않은 일로 벌써 선생님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학생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잠깐씩 졸기만 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담임선생님에게 수업태도가 일일이 통보되고, 교과 선생님과의 관계도 서서히 틀어지게 되었다. 담당 영어 선생님과는 수업 중에 심할 정도로 갈등을 빚기도 했는데, K의 산만한 수업 태도와 함께 툭툭 내뱉는 불손한 말대꾸가 특히 문제였다.


K는 처음부터 영어시간을 패스해 버렸다. 이유는, 영어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는 동안 고등학교 선수과정(先授課程)을 스스로 자신할 만큼 마스터했다고 자랑하면서, 영어 시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임의의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고 싶다고 담당 영어 선생님에게 통보해버린 것이다.


상담실에서 만난 K는 듣던 대로 당돌했다. 하지만 K와 성적이나 행실이 판박이인 학생을 3년간 지도한 경험이 있어, 그 학생의 학년별 영어교과 내신과 3개년 간 영어 모의고사 성적 자료로 제시해 가며 심층상담을 진행했다. 그날 상담내용을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중학시절 선수학습을 한 효과는 산만한 수업태도에도 불구하고 1학년까지는 유효해 내신이나 모의고사 모두 1등급의 성적을 받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2학년이 되자 1학기 내신이 바로 2등급으로 내려가고 모의고사도 1, 2등급을 오르내리긴 했지만 오히려 2등급에 가까운 편이었다. 3학년 1학기 내신은 가까스로 2등급에 턱걸이하긴 했으나, 모의고사는 2, 3등급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1등급을 받기가 요원해졌다. 물론, 그 사이에는 학생과 교사 사이에 있어서는 안 될 정도의 심리적 갈등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이런 결과를 미리 예상해서 선제적으로 예방하려 했다면, 학생은 늘 코웃음 치며 수능에서의 결과를 두고 보라는 태도였다. 결국 그해 특히 어려워진 수능 영어영역에서 최종적으로 5등급의 성적을 받아 들고는 고개를 떨구고야 말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나름 최선을 다해 상담을 해주었지만 이를 듣고 있는 K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1학년 수업을 들어가긴 했으나 다른 반을 맡고 있어서 한 교실에서 만날 수가 없었지만, 이듬해에는 3개 학급의 우수 학생을 따로 분반해서 1개 반으로 모은  2학년 심화반을 함께 하게 되었다. 듣던 대로 수업시간에는 변함없이 졸 때가 많았지만, 내신 등급에는 지나칠 정도로 예민해서 과목 불문하고 정기고사를 마치고는 K로 인한 불협화음이 교무실에서 자주 빚어지곤 했다. 특히, 서술형 답안에서 답이 될 수 없는 모호한 답안을 써넣고는 떼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1학기 영어교과 내신은 그럭저럭 1등급을 받기는 했지만, 2학기에는 뭐라 변명도 못 할 성적으로 아슬아슬하게 2등급이 되고는 어쩔 수없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결국 K도 선배 학생의 전철을 밟고는 있었지만, 주변진심 어린 충고를 받아들여 눈앞의 학습열중하기보다는, 선수과정을 하면서 몸에 밴 절차나 과정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고만고만해진 실력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K가 간과한 은, 선수학습을 하지 않아 자신의 발아래에 있던 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력이 더해져 자신을 쉽게 추월하는 그 순간까지도 여전히 시선이 먼 과거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이다.


L은 K와는 달리 1학년 때 내가 수업을 한 학생이다. 2개 학급 학생들을 배치고사 성적으로 우열을 갈라 분반한 반 가운데 열반(劣班)에 속한 학생이었다. 수업을 시작해서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 실토했듯이 영원한 영포자였다. 말하자면,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바로 영어에 흥미를 잃어버린 학생이었던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선 성격이 온순하고, 영어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다니긴 하지만 수업시간에 대놓고 딴짓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듣기로는, 수학은 우반(優班)인 심화반에 속해 있고, 수업태도도 아주 좋은 학생으로 소문나 있었다. 과연, 준비물만큼은 절대 빠트리는 일 없이 영어 시간에 들어오는데, 수업 내용을 제대로 알아듣진 못해도 한 번씩 눈이 마주칠 때마다 빙긋이 웃어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교무실로 나를 찾아오더니 상담을 요청했다. 뜻밖에도,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에 너무 들어 영어를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실, 상담 대상 1순위 학생으로 정해놓고 시간이 나기만을 기다리던 차에 스스로 찾아와 주기까지 했으니 대놓고 표현은 안 했지만 예뻐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면, 이제부터 영어공부를 잘하려면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을 말해 주겠다.


무엇보다 선생님 수업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귀를 기울인다는 말은, 선생님이 수업 중에 하는 선생님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이를 이해하려고 하는 행위와 노력을 묶어서 하는 말이다. 영어에 흥미를 잃은 학생이 미리 예습을 해 오는 일은 극히 드물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바랄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선은 지금 하고 있는 수업 내용에 서로서로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참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이다.

 

우선은 교과서의 정리된 기초 단어들을 외우는 정도로만 한계를 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문법이고, 더욱 난감한 것은 문법 문제를 풀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지, 단순히 단어만 외우라는데 대해선 큰 저항감이 없다. 아무리 영어를 포기한 학생이라 하더라도 단어는 곧잘 외우곤 한다. 그래서, 나중 수업시간에 아는 단어라도 들리는 날이면, 사실은 들리도록 유도한 것이지만, 수업내용에도 곧잘 귀를 기울인다. 보통 한 학기에 두 번 치르는 정기고사의 시험 범위는 대개 각각 세 개 단원이다. 학교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교과서 문제는 주로 본문 내용을 중심으로 해서 약간의 문법 문제를 포함해 수능과 같은 유형으로 출제를 하는데 대체로 문제가 평이하거나 쉬울 수밖에 없다. 글감의 내용 자체가 이해하기 쉽고 어휘 수준 역시 높지 않기 때문이다.


1학기의 지필 1회, 예전의 중간고사를 치렀다. 학생들은 시험을 마치고 바로 하교를 했는데도 L이 퇴근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영어 점수가 60점은 넘을 것 같은데예! 서술형 주관식도 개 가운데 반은 맞은 것 같고예."


뜻밖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사실이기도 했다. 나 같은 경우는 보통 2주간의 출제기간이 발표가 되면 그 주에 출제를 일치감치 완료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미 그 이전에 시험 내용과 구상이 완료되어 있었다. 문제나 다름없는 내용을 설명할 때, 언제나 그랬듯이 눈 부릅뜨고 집중해서 듣고 있는 L을 보면 속이 뜨끔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수업이야 말로 성적이나 실력과 상관없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다시 수업시간으로 되돌아 가보자. 시험 범위 가운데 출제되어 있는 내용을 지금 설명 중이다. 틈틈이 학생들의 눈치를 살핀다. 평소 내가 학생들에게 자주 해 주는 말이 있다. 영어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이 내 수업을 제일 열심히 집중해서 듣는다는 말. 정말이지 이 말이야 말로 불변의 진리이다. 서울대 의대와 법대를 그것도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녀석들이 그랬고, 선행학습으로 토익을 해서 1학년 때 이미 950점을 넘는 점수를 받은 녀석도 수업 중 에는 한눈팔지 않았다.


한 번은 내가 되물은 적이 있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인데, 3학년이 1학기가 끝나 갈 무렵에 영어는 탁월하지만 최고의 대학으로 진학하기에는 수학 성적이 여전히 못 미더운 학생에게,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져 물어본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영어수업 시간, '이제 넌 수업 중에 영어는 그만해도 되니 이제 수학 공부만 하면 어떻겠냐'라고 부탁하듯 물어보았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서 맨 앞자리, 바로 턱 에 앉아 빤히 쳐다보며 하는 말이 오히려 나를 기막히게 만들고 말았다.


"선샘 예, 뭔 말씀입니꺼. 안 그래도 영어는 수업만 들어서 불안해 죽겠는데, 여서 더 영어 공부 안 하면 우짤라꼬예. 수업 중에라도 열심히 듣는 기 바로 나한텐 복습이고 예습입니더!"


과연, 그 녀석의 말 그대로였다. 그때 이후로 내 과목을 가장 잘하는 학생은 여지없이 내 수업을 가장 열심히 듣는 학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이 말은, 영어를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로 L 같은 학생들에게 정작 해당되는 말이기도 했다.


L은 지필 2회 고사를 더 좋은 성적을 받아, 2학기부터는 새로 편성된 심화반에 들어가게 되어 나와의 짧은 인연은 끝이 났다. 2학년엔 인문반을 지원하여, 자연반을 담당한 나와는 더 이상 함께 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복도에서 만날 때마다 선생님 수업만큼은 귀담아들으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고, 그 결과는 참으로 달콤하기까지 했다. 불과 1년 만에 내신을 2등급까지 끌어올리더니, 전해 듣기로는 3학년 1학기에는 내신 성적으로 결국 1등급까지 받아 냈다고 한다. 비록, 난이도가 부쩍 높아진 수능 영어영역에서는 결국 2등급을 어나진 못했지만, 불과 2년 만에 영포자에서 내신 1등급으로 일취월장하는 기적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K와 L은 결국 내가 교직 생활의 마지막을 함께 한 학생이 되고 말았다. 두 학생은 내가 퇴직한 후로 3학년에 진급을 했으니, 이후의 공부하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진 못했다. 하지만 들리는 풍문에 따르면, 의대진학을 목표로 했던 K는 내신은 그럭저럭 관리를 했지만 수능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평소와는 달리 참담한 등급을 받고는 곧장 재수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L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신과 함께 수능 성적도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기대를 모았지만 모험을 택하기보다는 지방의 거점 국립대에 안정적으로 지원하여 바로 수시 1차로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자, 이제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과연 공부는 어려운 것인가? 아니, 영어 공부가 하기가 그다지도 힘이 드는가?


가벼운 마음으로, 이제부터라도 선생님의 수업에 귀를 기울이자. 여러분을 돕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설 사람들이 정성을 다 해 가르치려 하고, 그들은 바로 여러분의 그런 얼굴을 마주 보면서 시험 문제를 출제한다.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이 그들의 머릿속을 열어 볼 수 있는가? 아니면 수업 중에 한 눈 팔거나 졸고 있는 학생이 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키를 고 있는가?


아니다! 여러분, 지금 선생님 수업에 몰입해서 귀 기울이고 있는 바로 여러분의 손에 문제 해결의 열쇠가 쥐어져 있는 것이다.


3부 '메모하는 습관을 갖자'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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