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드디어 치앙마이의 생활을 잠시 정리하고 방콕으로 넘어왔다.
치앙마이의 생활이 너무 편안하여 방콕에서 지낼 3일이 길게 느껴졌지만, 이미 항공권을 결제했으므로 그냥 가야 했다.
나보다 하루 일찍 일본 친구 유리가 방콕으로 떠나야 했기에 맛있는 밥을 먹기로 했다. 혼자 있는 치앙마이는 대충 팟타이나 스프링롤을 먹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역시 친구가 있으니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게 된다. 이렇게 음식 여행을 한 것은 처음인 듯하다.
화요일 저녁에 타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요가 수업에 들어갔는데, 내가 일찍 가서 요가 매트 위에 덩그러니 누워 있으니 '마사지해 줄까?' 하셔서 요가 전에 잠시 마사지를 받았다. 타 선생님은 프라이빗 수업을 할 때는 마사지와 요가를 함께 한다고 했다. 워낙 좋아하는 선생님인데 알고 보니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어쩐지 스타일이 너무 멋지더라니.
치앙마이에서 홀로 하는 마지막 식사는 버드네스트로 정했다. 한적한 분위기도 좋고, 음식은 정말 맛있게 하는 곳이다. 톰카를 시켜 먹고, 조용하고 멋진 바리스타가 내리는 코코넛 라테는 싸가지고 나왔다.
다음 날 아침에 짐을 꾸리고 공항으로 나섰다. 다행히 한국에서 가져온 짐의 무게와 거의 똑같았고 늘어난 것은 요가 매트뿐이었다. 치앙마이에서 몇 가지의 옷을 사긴 했지만, 그 대신 오래된 옷을 버렸기에 짐의 크기와 무게는 같다.
이날 치앙마이 공항의 짐 검색대에서 내 수하물이 걸려서 짐을 한참이나 뒤졌으나 별다른 것이 없었는지 통과가 되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정신이 없어졌는지 자꾸 실수를 반복했고, 방콕 공항 도착 후 버스를 타고 짐 찾는 곳으로 이동하는데 어찌나 시간이 길게 느껴지던지 피로감이 몰려왔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이 참 반갑다고 느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또 실수를 반복했다. 비행기 짐칸에 요가 매트를 올려 놓은 것을 깜박하고 그냥 나온 것이었다. 다행히 짐 찾는 곳에 가서 분실 산고를 하니 찾아주셔서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방콕의 비행시간은 한 시간, 그래서 나는 가뿐한 생각으로 비행기를 탔는데 웬걸, 생각보다 치앙마이에서 방콕의 게스트 하우스로 가는 길은 멀었다. 배가 고파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공항에서 나와 재빠르게 지하철을 타고 내리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우산을 썼는데도 비를 막을 길이 없어 가방과 옷이 흥건하게 젖은 채로 숙소에 도착했다.
참 이렇게 긴 날이 있을 수가 있나.
숙소 체크인을 하고 나니 비가 거의 그쳐서 밖으로 나갔다. 배가 너무 고파서 비건 식당을 찾아갈 힘이 없어서 숙소 근처의 팟타이 집에 가서 비건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서 한 그릇을 비우고, 시장에서 코코넛 풀빵을 만드는 곳을 찾아서 포장을 했다. 이렇게 방콕에서의 첫날은 별다른 일은 없이 숙소에서 보내게 되었다.
다음 날에는 시내로 나가 항상 먹는 비건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15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메뉴나 지금의 메뉴나 한결같다. 브라운 라이스에 공심채 볶음과 숙주 볶음은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이었는데 그대로라서 더 좋았다.
방콕에서 3일을 보내는 이유는 누가 부탁한 물건이 있었고 내가 몇 가지 사야 할 것이 있어서였는데 백화점을 몇 군데 돌고 나니 다리가 너무 아파서 예전처럼 맥도널드로 들어가서 감자칩과 커피를 시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은 참으로 특이하게 화면으로 번호가 뜨는데도 남자 직원 한 명이 큰소리로 번호를 불러서 아주 소란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목소리에 끌려서 그를 자세히 바라보게 되었다. 번호를 신나게 외치는 그와 주변에 있는 직원들은 모두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매번 아주 크게 번호를 외치는 그는 힘이 들 법도 한데 웃으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곳의 맥도널드가 더 좋아졌고, 그다음 날도 거의 같은 시간에 이곳에서 그가 일하는 소리를 들으며 같은 시간을 보냈다.
치앙마이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도시를 걸으니 발이 아팠다. 샌들이 오래되기도 했는데 올해는 넘길 수 있을까 했지만 뜨거운 도시 열기로 샌들 바닥이 말랑말랑해져서 발가락도 아프고 발가락 아랫부분이 특히 아파서 큰맘 먹고 치앙마이에서 미리 봐둔 샌들을 샀다. 일 년 동안 한국에서 지내면서 다시 하얀 색깔로 돌아왔던 내 발이 한 달 만에 새까맣게 변했다.
9월에는 인도 보드가야에서 커피 장사를 해야 하기에 필요한 물품 몇 가지만 구입을 하러 짜뚜짝 시장으로 갔다. 예전에는 짜뚜짝 시장을 너무 좋아했지만 물건을 구하기 쉬운 지금은 굳이 안 가도 되는 곳으로 변했다. 하지만 커피 용품은 짜뚜짝 시장 옆에 있는 건물에서 팔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이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시장은 너무나 뜨거웠다. 짜뚜짝 시장은 그늘이 없는 곳에 천막을 설치한 시장이라서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는 힘이 드는 곳이라 쉽게 지치기도 한다. 다행히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발견해서 아침 식사 대신으로 먹고 커피 용품을 사러 갔다.
건물을 몇 바퀴 돌아서 커피 머신 클리너와 에스프레소 잔 두 개, 바리스타용 수건과 행주, 마차 파우더 등을 사서 다시 시내로 가는 BTS를 탔다.
그리고 다시 같은 장소에서 비건 점심을 먹고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한나절을 다시 방콕에서 보내고 밤 비행기로 인도 델리로 들어간다.
8월과 9월에 출발하는 인도 요가 여행을 인솔하기 위해서이다.
드디어 인도로!
어떤 느낌일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조차도 상상이 되지 않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