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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Jul 29. 2023

0729 1등으로 합평할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순차적인 게 어딨어, 그냥 내고 보는 거지.

윌리 윙카의 초콜릿 공장에 입성하기 위해 골든티켓이 필요하듯, 방송국에 입성하기 위해서도 골든 대본이 필요하다. 공모전 입상을 당선시켜 줄 골든 대본 말이다.


이전부터 구상하던 단막이 2개 정도 있었지만, 2024년 OPEN을 목표로 한 것이었기에, 서둘러 완성할 마음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 수업 중 선생님께서 합평이야기를 꺼내셨다. 대부분 초보반은 이론을 배우는 수업으로, 합평을 진행하지 않는다지만, 선생님께서는 합평을 하지 않으면 수업이 의미 없다고 하셨다. (이래서 기승전결 카페에 들어가 보면 KBS 아카데미 및 선생님의 대한 호평이 많은가 보다.)


"누가 먼저 할래요? 무서워 할거 없어요."


JTBC 공모전은 주로 11월에 열린다. 수업합평은 10월 초부터 이루어진다고 하셨기에, 첫 번째로 합평을 받으면 JTBC에 제출하기 전 수정하고 선생님께 한번 더 피드백을 받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전에도 말했듯, 내가 수업을 듣기로 한 이유중하나는 나의 작품을 심도 있게 봐줄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었기 때문에, 합평이야 말로 두려운 존재가 아닌, 내가 고대하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기 전 선생님께 나의 다른 단막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지라, 일단 뭐라도 먼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요.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난 우리 반 합평 1번 타자가 되었다.



단편을 완성하는 과정

합평 스케줄이 정해졌으니, 이제는 단편을 쓸 차례다. 일단 구성하고 있던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전반적인 스토리 줄거리를 적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가 쓴 이야기는 가족애와 멜로를 접목시킨 휴먼드라마 이다.) 어차피 제출용이 아니기에, 이 단계에서는 문법, 문장력, 언어. 이런 거 상관없다. 일단, 내가 나중에 읽었을 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만 쓰기만 하면 된다.


다음, 캐릭터 소개. 원래는 캐릭터 작명하는 데 있어서 엄청 까다로운 편인데 (맘에 드는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 글을 안 씀) 적어도 글 쓰는 초반에는 이런 사소한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무난하기만 하면 그냥 넘어갔다. 어차피, 시나리오 집필 단계에 들어가면 10명 중 8명은 이름이 바뀔 텐데 라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이후, 바로 대본 쓰기에 들어간다. 조급 성급한 거 아니야 싶지만, 나는 대본을 쓰면서 필요한 디테일들을 채워 넣는 편이라, 일단 대본부터 쓰고 본다. 대본을 쓰고 있으면, 스토리를 어느 부분을 어떻게 보강해야 할지 조금 더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추가된 디테일은 줄거리에도 추가한다. 이후 대본이 2/3 정도 완성될 때쯤, 정식 시놉시스를 쓰기 시작한다. 순서는 수업에서 배운 대로, 제목, 주제, 작의, 캐릭터, 줄거리 식으로 나열해 쓰고, 추가로 로그라인을 적는다. (로그라인은 대부분 주제 전 또는 후에 넣는다.)


그리고 다시 대본으로 돌아가 작업한 2/3을 수정하기 시작한다. 이때 특히 눈여겨보는 부분은, 캐릭터들이 쓸 때 없이 진지하거나 가볍지 않은지 하는 부문이다. 이유는 너무 진중하면 이야기를 만드는 씬 분위기가 맹목 없이 우울해지고 너무 가벼우면 또 한없이 헤퍼지기 때문이다. 캐릭터들도 너무 단면적으로 (캐릭터의 한 모습만 집중된) 표현되는 것의 대한 우려도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결말에 닿기까지 추가로 필요한 씬들을 더해 넣는다.


이 작업이 끝나면, 다시 시나리오로 돌아가 새로 포함한 씬들을 추가로 더한다. 이후, 대본의 마지막 1/3일 작업에 들어간다. 대본을 다 쓰고 나면, 다시 대본 수정작업에 들어간다. 이 작업이 끝나야지만, 다시 시나리오로 돌아가 줄거리를 고칠 수 있다. 그리고 이 후로부터는 무한반복 기약 없는 수정의 시간이다. 이대로 제출할 수는 있지만, 제출하기 싫은. 제출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그런 시간말이다.


합평날짜가 잡힌 7월 4일을 기점으로 17일에 완성했으니, 이번 단편을 쓰는데 정확히 13일이 걸렸다. 특히 마지막 3일은 거의 밤을 새우다 싶이해, 14일에는 아이를 재우며 11시간을 내리 잤다. 시간을 좀 더 두고 여유롭게 쓸 수 있었지만, 17일까지 글을 쓴 이유도 물론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공모전에 낼 생각이 1도 없었다. 하지만 집필을 시작한 지 5일쯤 됐을 무렵, 2/3단계의 접어든 나의 대본을 보고 욕심이 났다. 나름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고, 전개도 나쁘지 않았다. (아무리 별로인 글이라도, 글을 쓰는 사람은 일단 어느 정도 자신의 글에 애정이 있어야 되는 것 같다.)


마감 당일 새벽, 제출에 성공했다

또! 공모전.

순차적인 선택을 했다면, 합평 이후 공모전에 냈을 것이다. 왜냐? 합평을 위해 쓴 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전해 볼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합평이고 뭐고. 아무것도 제출 안 하면 공모전에 당선될 가능성은 '제로'이지만, 일단 제출이라도 하면 뭐라도 가능한 거 아냐?'


실수하는 것에 인색한 20대였다면, 제출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30 중반을 달리고 있어서 그런가? 실수가 두려운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더 두렵다.


그래서 합평이고 뭐고, 그냥 내버렸다.




KBS 최종심에 들게 되면 단편 하나를 더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난 합평본을 낼 생각이다. 그러니, 이제 합평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단편을 준비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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