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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Sep 14. 2023

1년차_0914 스팸전화는 망생이들을 화나게 해

070도 싫지만, 02는 더 싫어요

민감한 계절이 돌아왔다.

그리고 결과통보를 기다리는 나는 무척 예민하다.


KT 는 9월 중순경, KBS는 10월 중 최종심 통보 예정이고, 롯데 크리에이티브 또한 10월 당선작 발표 예정이다. 만약 롯데도 최종심에게 따로 연락한다면, 아마 9월 중순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장편 같은 경우 작법을 1도 모르고 썼던 시나리오와 대본이라, (최종심이든 뭐든) 당선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은근슬쩍 기대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혹여나 주체 측에서 오는 전화를 놓칠까 싶어, 무음으로 해놓았던 전화기를 진동으로 바꿔놓았다. 물론, 핸드폰을 항상 손에 쥐고 그들의 전화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그들에게서 전화가 오는 것을 상상해보곤 한다. 그리고 현재, 02 번호 앞에서 예민해지는건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스팸일거야 하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마음,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랬다. 1시 반까지 글을 쓰다, 2시에 잠들어, 꿈에서도 현대본을 어떻게 채워나가야지 고민만 주구장창하다 잠에서 깼다. (살다 살다 대본 꿈을 꿔본 건 처음이다) 그렇게 피곤하게 시작한 하루.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펄펄 고열에 몸살이 났고. 아이와는 정말 세상 쓸모없는 '오늘은 어떤 옷을 입어야 되는가'로 30분의 의미 없는 기싸움을 하다, 등교도 늦고 회사 출근도 늦어버렸다. (신호등을 기다리다, 눈앞에서 버스를 2대나 놓쳐버렸다) 오랜만에 찐 광기의 직장인처럼 이어폰 대신 동태눈깔을 착장 한 뒤, 그렇게 1시간이 걸려 회사에 도착했다. 뇌를 비우고 일을 하고 있을 무렵, '부르르르.' 핸드폰을 보니 모르는 02 번호의 전화였다.


며칠 전, 남편과 나는 언제쯤 KT공모전 최종심 연락이 돌 건가에 대한 열띤 토론(?)을 했었다. 일단, 우리 둘 모두 금요일 퇴근 시간일 거라 예상했다. (이래야 적어도, 일하시는 분들이 주말에는 숨을 돌릴 수 있다.) 29일은 추석연휴이니, 그렇다면 15일 아니면 22일이라는 얘기였는데. 나는 오펜 당시 너무 목 빠지게 연락을 기다린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넉넉히 22일이라 예상했고, 남편은 적어도 최종심 인터뷰 스케줄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15일이라 예상했다.


하루만 더 있으면 15일. 그러니, 이 상황에서 걸려온 02 번호에 내 심장이 쿵쾅되기 시작했다. 번호를 보는 1초 순간. '아닐 거야. 아니겠지'와 '제발. 제발. 제발' 사이를 미친 듯이 오가며, 두근거리는 마음에 전화를...


"안녕하십니까. 건강보험~"

"아 신발 진짜”


순간, 입이 거칠지 않은 내가, 욕을 하며 끊어버렸다. 회사에서 욕을 뱉다니. 생각보다 더 많이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꿈의 목표를 10년으로 잡았다고 해도, 지금 당장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비우기 어렵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난 재능 있어' 되뇌고 있는 나에게 '너 재능 있어!'쐐기를 박아줄 한방이 필요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팸 전화가 오는 건 어찌할 바 없지만, 제발 10월 말까지만이라도 스팸전화는 070으로만 왔으면 하는 소소하지만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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