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서관에 갔다
우선 대출 한 책을 반납했다
보물 찾기처럼 두근두근
새 책을 고루는 설레는 시간
2주에 한 번의 이 순간이 왜 이렇게 행복할까
키피 한잔 수다 떨기보다 훨씬 좋다
난 ‘전형적인 ’ 아이‘형 인간인가 봐
50년 가까이 그런 것도 모르면서
괜히 ‘이-’ 노릇을 해온 거 아닌가
MBTI검사가 있는 요즘 세대가 부럽다
울 시대는 무작정 직업을 골랐다
병원 영양사로 일했던 시대를 떠올리면 끔찍하다
아아, 2번 다시는 못할 게다
책을 3권 골랐다
“대출 부탁드려요”
“하루연체하셨어요, 내일부터 대출 가능합니다 “
최대한 속상치 않는 표정을 지어야지
이런 일쯤이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보여야지
얼굴에 웃음을 뛰우며 이 상황을 재미있어한다는 인상을 줘야지
온갖 힘을 다해 그런 사람을 연기했다
혼심의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가을 오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개학 첫날 아침의 아들 얼굴보다 슬펐다
오늘도 도서관에 왔다
내 품에 3권의 책을 안고
짙어지는 가로수를 걸어가면
올 겨울에도 금목서냄새가 찾아왔다
심호흡을 오래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