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시끄럽다.
원흉이 되는 자는 숨어서 되지도 않는 소리를 툭툭 던진다.
길지 않은 세월을 보내며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었다.
평생 겪지 않아도 될 참사를 지속해서 피해 갔다.
매번 똑같은 시간에 타는 대중교통. 지하철 참사가 있던 날 지각을 해서 화를 면했다.
아이가 첫 돌이 된 날, 몇 백명의 고등학생들이 차가운 물속에 빠져 돌아오지 못했다.
몇 년 만에 떠난 해외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해피버스데이 송을 부른 남편의 생일날, 내 나라에서 항공 참사가 일어났다. 우리는 다음 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두렵다.
어쩌면 그 명단 속에 내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었다.
무섭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지 않다.
늦은 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눈 때문에 서걱 소리가 나고 기체가 조금만 흔들려도 몹시 불안했다.
안전벨트를 여러 번 조였다. 비행기 좌석 팔걸이를 꽉 잡았다.
세상모르게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편안한 세상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
언제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지도자를 맞이할 수 있을까?
체포를 앞둔 그들이 개를 산책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고 나니 허탈하다.
그들은 국민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정신 차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