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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화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으로

에밀은 사고뭉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by 노아나

최근 <비커밍 아스트리드>라는 영화를 봤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작가가 되기 전 시절을 영화화한 덴마크, 스웨덴 합작 영화다.

보는 내내 매력적인 그녀의 당당함에 매료되었다.

집에 있던 린드그렌의 동화를 뒤졌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사자왕 형제의 모험], [에밀은 사고뭉치]가 있었다.

이 셋 중 가장 유명하지 않은(?) [에밀은 사고뭉치]를 이번 마지막화에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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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는 우리나라에 1999년에 소개되었다.

내가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이다. (이때 동화를 쓰기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고.)

린드그렌의 작품 속 캐릭터는 삐삐도 그렇지만, 이 에밀도 무지하게 개구쟁이다.

이 아이가 이야기 속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실제라면) 한숨이 날 지경이다.

동화 속 인물이어서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른다.

버릇도 없고 무례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은 에밀의 부모가 측은하다.


쯧쯧, 가엾은 스벤손. 저런 사고뭉치 아들을 뒀으니 말이야.
그 녀석,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는지. 아무튼 싹이 노랗다니까. p13


에밀이 살고 있는 카트폴트 농장은 아담하고 아름답다. 가축도 많이 키우고 아빠, 엄마, 여동생 이다, 그리고 알프레드 아저씨와 리나 누나까지 많은 식구들이 함께 살고 있다.

걱정하는 사람들을 향해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에밀은 말썽꾸러기가 아냐. 오늘은 이다를 한 번밖에 안 꼬집었고, 커피 크림 통도 딱 한 번만 뒤엎었잖아....... 아 참, 고양이를 닭장 근처로 몰고 갔구나. 하지만 에밀도 조금씩 얌전해지는 것 같아. p17


이 정도이니까.

수프를 먹을 때 소리 내는 게 이렇게 먹지 않으면 수프라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아이니까.

결국 수프단지가 얼굴에 끼고 만다.

아빠는 이 수프단지가 소중하기 때문에 함부로 깨지 않으려고 하고 돈을 따져 결국 병원으로 향하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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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돈을 쓰게 된 아빠는 에밀에게 용돈을 주기로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 돈은 밀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내 뱃속을 저금통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넣어 둘게요. 그러면 저금통에 저금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어차피 한번 넣으면 못 빼니까."p39


다시 병원으로 가지만 의사는 빵 다섯 개를 먹으면 이틀 후 다 나올 것이라고 한다.

양심적인 의사다.

현실이었다면 CT촬영을 하고 자세한 것을 보자며 MRI촬영을 요구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곤 당일 수술을 권할지도. 바로 퇴원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카트폴트 농장에 잔치가 열리는 날 에밀이 사라졌다!

도대체 에밀은 어디로 갔을까?

송아지가 태어나 그리로 모두 가버린 후 에밀과 이다는 또 장난칠 준비를 한다.

국기대에 매달린 이다를 본 사람들은 다들 놀란다.

아빠는 화가 나 에밀을 목공실에 가두고 가버리고 에밀은 울다가 목공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알고 보면 목공실도 꽤 재미있는 곳이에요. 통나무나 판자가 잔뜩 쌓여 있어서 마음먹으면 뭐든 만들 수 있으니까요. p71


굉장히 긍정적이고 태평한 캐릭터다.

말썽을 부려 목공실에 갇힐 때마다 에밀은 나무 인형을 만들었는데 현재 54개다. 와우.

천하의 에밀이 그냥 가만히 이곳에 갇혀 있을까?

절대 아니다.

에밀은 이 목공실을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우리나라 동화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다.

한마디로 민폐, 진상 캐릭터인데 밉지 않다. 좀 더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한국 동화를 읽고 싶다.

또는 쓰고 싶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비커밍 아스트리드.


https://www.youtube.com/watch?v=7pk-KlNFw_0


모험심이 가득한 에밀을 보며 어린 날을 돌아보기도 했다.

침대 위에서 방방 뛰다 창문을 깨트리기도 했던 아이.

에밀은 창문 밖으로 나갔지만 나는 창문을 깨트렸다.

아묻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는 언제나 읽어도 설렌다.


여기까지 <오스뮴의 동화나라>의 마지막화였습니다.

조금 쉬고 동화를 다룬 다른 브런치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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