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안에 친해지는 현대미술 (에필로그)
현대미술은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각 지역마다 독특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현대미술도 마찬가지로 나름의 논리에 따라 형성되고 발전되었다. 전시회를 둘러보면 여전히 서구의 미술을 소개하는 비중이 크지만, 한국의 현대미술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 위상을 차지한다.
어제(일요일) 소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하나의 틀을 제시하면서 책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처음 보는 작품일지라도 ‘틀’이나 ‘키워드’를 알고 있으면 직접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에필로그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을 큰틀에서 이해할 수 있는 ‘환원’과 ‘확산’이라는 개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개념을 알고 있다면 현재 전시 중인 많은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일의 ‘환원과 확산’은 우리나라 미술의 줄기를 꿰어주는 핵심고리로서 기능했다.”
- 서성록·미술평론가
지금부터 소개하는 개념적 틀은 미술평론가 이일(李逸, 1932-1997)이 한국미술의 경향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환원과 확산’이라는 개념이다. 두 가지 개념이지만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어 함께 살펴봐야 하는 용어다.
처음 이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70년 5월 개최된 AG 그룹(한국아방가르드협회)의 제1회 전시를 위해 이일이 쓴 글에서였다. AG는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미술 잡지를 발간하며 다양한 실험을 한 전위적인 그룹이었다. 하종현, 김구림, 이승조, 박석원과 같은 작가가 소속되어 있었으며, 이일, 오광수 등의 미술평론가가 합세했다.
이일은 AG 제1회 전시에서 「확장과 환원의 역학」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여기서 ‘확장’은 미술이 도시환경, 자연환경, 생활공간으로 진출함을 의미하고, ‘환원’은 미술이 기본적인 형태 내지 관념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뜻한다.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테지만, 기본적으로는 한국미술이 한편으로는 입체, 환경, 해프닝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추상미술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처음에는 ‘환원과 확장’으로 표현했지만, 1970년대 들어 ‘환원과 확산’으로 달리 불리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환원과 확산'으로 정착하였다. 이 표현은 한국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게 되는데, 기본적으로는 환원적 경향의 모더니즘과 확산적 경향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파악되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주요 틀인 만큼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환원과 확산’의 발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이론 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젊은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용어화한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 현대미술의 시기별로 환원과 확산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보면서 좀더 이해를 도모해보도록 하자.
한국 현대미술의 기점은 1957년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관례이다. 지난 번 ‘앵포르멜 미술’을 소개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시작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일 또한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출발을 1957년에 등장한 앵포르멜로 설정한다. 그동안 우리 미술사에서 유례가 없었던 비정형의 추상화가 집단적으로 등장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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