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레 오펜하임(Méret Oppenheim, 1913-1985)의 <오브제>(1936)는 그녀를 국제적인 예술계 스타로 만들었다. 프랑스 파리의 한 백화점에서 구매한 찻잔 세트에 중국 영양의 털을 입힌 작품인데, 찻잔에 절대 쓰이지 않을 재료와 질감이 이질적인 감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에 갔을 때 직접 감상한 적이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큰 차이는 없었으나, 털의 질감이 보다 도드라진 느낌을 받았다. 오늘은 이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artnet)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미술사적 지식을 곁들여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해보고자 한다.
메레 오펜하임은 회화에서부터 공예, 디자인, 오브제, 조각, 시(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예술가이다. 그의 작업은 특정한 경향을 따르지 않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하나의 아이디어를 여러 형태와 질료로 작업했다는 특징을 보인다. 한 작품으로 아이디어를 완결하지 않고, 하나의 모티프가 새롭게 거듭나는 ‘과정으로서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미술사에서는 오펜하임을 초현실주의 미술가로 분류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호칭을 여러 차례 부정해 왔다. 오늘 자세히 살펴볼 <오브제> 또한 초현실주의의 맥락 아래에서 ‘여성적 에로티시즘’으로 해석되어 왔으나 그리 단순하기만 한 작품은 아니다.
오펜하임은 스위스 바젤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18살이 되던 해 예술의 중심지인 파리로 건너간다. 당시 파리는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 예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 잠깐! 다다이즘(dadaism)이란?
: 다다이즘은 1920년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문명, 반합리주의 예술운동이다. 이 운동이 힘을 얻기 시작한 1916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로, 전쟁은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회의적 태도를 가지는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 다다는 전통을 부정하고, 비합리주의적 사고를 내세우며, 일종의 허무의식과 이어지는 무의미의 예술을 추구한다. 오늘날에는 다다가 무체계, 무절제,무의미의 예술이라는 평가와 함께 인간 정신을 구원하고자 하는 역설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파리에서 오펜하임은 여러 예술가들과 교류하던 가운데 누드 사진 때문에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그녀는 만 레이로부터 사진 모델을 제안받아 다음과 같은 사진을 찍게 된다. 오펜하임의 누드 사진은 관능과 초현실주의적 아름다움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오펜하임의 의도와는 달리 그에게는 관능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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